
바이오기업 올릭스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리보핵산(RAN) 플랫폼 기술의 확장성이 부각되면서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에 플랫폼 기술을 이전한 네 번째 국내 바이오텍이라는 점에도 증권가는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의약품 플랫폼 기술을 빅파마에 기술이전한 알테오젠은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대장주가 됐고, 리가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도 10위 안에 자리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올릭스는 29.93% 상승한 7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하루 동안 무려 54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밀어 올렸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1조5362억원)의 3.54%에 달하는 규모다.
주가는 두 달 전부터 상승세를 탔다. 월간 기준으로 7월에는 31.9%, 8월에는 34.64% 상승했다. 이달 2일까지 두 달 남짓 동안의 상승률은 119.54%다.
전날 주가를 상한가로 밀어 올린 배경은 신한투자증권의 “극심한 저평가”라는 평가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텍 중 빅파마와 본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올릭스 등 4개뿐”이라며 “올릭스가 다수 빅파마와 추가 계약할 경우 극심한 저평가로 판단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모두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제형의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을,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와 화학제제를 결합해 특정 세포에 선별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을, 에이비엘바이오는 두 가지 항체를 결합하는 이중항체 기술을 각각 글로벌 빅파마에 이전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올릭스의 핵심 기술은 ‘비대칭의 짧은 간섭의 리보핵산’(asiRNA)의 설계다. 데옥시리보핵산(DNA)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생성하는 RNA 작용에 간섭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DNA에 저장된 유전정보를 전사(복사)한 메신저(m)RNA를 제거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생성되는 경로를 막아 질병을 치료하는 원리다. 질병을 일으키는 표적단백질이 정해지면 그 단백질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하는 맞춤형 asiRNA를 만들어 내는 게 올릭스 기술의 역할이다.
올릭스는 대사이상지방간염(MASH)과 비만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한 유전자(mRNA)인 MARC1을 표적으로 하는 후보물질 OLX702A를 개발해 올해 2월 일라이릴리에 총액 9117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경쟁약물로 노보노디스크의 NN6581이 있지만, 개발 단계에 있어서는 OLX702A가 한발 앞서 있다고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가했다.
그는 “일라이리릴와의 계약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올릭스가 MARC1 이외의 추가 유전자(mRNA)를 동시에 표적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면 일라이릴리가 우선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OLX702A 외에도 올릭스는 프랑스의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 손잡고 피부 재생과 모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표적군의 확장도 추진 중이다. 현재 올릭스의 기술로 개발된 약물은 간과 국소 부위에만 투약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엄민용 연구원은 “올릭스는 전신투여를 통해 근육, 지방, 뇌 조직 등 핵심 조직을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플랫폼을 개발해 siRNA 치료제의 확장성을 극한으로 활용하고, 더 큰 규모의 기술이전으로 이끌어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siRNA에 적용할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BBB 셔틀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에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로,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가 여기에 해당한다.
엄 연구원은 “올릭스는 글로벌 시가총액 1위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와 임상 1상에서 효력을 확인했다”며 “추가 계약만 체결된다면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리가켐바이오가 5조3781억원, 에이비엘바이오가 5조755억원이다. 올릭스는 1조5362억원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