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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치 장벽' 깨뜨린 Z세대…서울을 '글로벌 엔터 허브' 만들었다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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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치 장벽' 깨뜨린 Z세대…서울을 '글로벌 엔터 허브' 만들었다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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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 생산 중심의 글로벌 미디어 산업 판도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 서울, 인도 뭄바이 등에서 생산한 콘텐츠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가 '다극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영어권 시장의 성장, 관련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이 요인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은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곳곳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시청 습관의 패러다임 전환
    4일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스트리밍 플랫폼이 TV 시청 점유율에서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20.1%)와 케이블(24.1%)의 합산 점유율(44.2%)을 넘어섰다. 스트리밍이 보조적 시청 수단에서 제1의 미디어 소비 채널로 등극했다는 뜻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은 6월엔 46.0%까지 상승했다. 브라이언 푸어 닐슨 부사장은 “스포츠 중계, 뉴스가 지상파와 케이블을 예상보다 오래 버티게 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등 OTT의 성장 배경 중 하나는 비영어권 콘텐츠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과 맞물려 비영어권 콘텐츠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넷플릭스가 올 2분기 주주 서한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시청 시간의 3분의 1 이상이 비영어권 콘텐츠에서 발생했다. 이는 비영어권 콘텐츠가 일부 마니아층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전체의 성장을 견인한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이런 경향은 미디어 분석 기업 '패럿 애널리틱스'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비영어권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3%에서 2023년 40%로 급증했다. 지난 5년간 글로벌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하면서다.
    언어 장벽을 넘어서
    비영어권 콘텐츠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돈이 된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TV 인터페이스를 개편해 33개 언어의 자막과 36개 언어의 더빙 옵션을 전체 목록에서 손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가 낯선 언어의 콘텐츠를 접했을 때 느끼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전략적 조치다. 과거에는 소수의 언어만 기본 제공됐다. 존 드마타 넷플릭스 영어 더빙 팀 매니저는 "넷플릭스에서는 더빙은 선택이 아닌 기본 방식"이라며 "36개 언어권에서 자막보다 더빙이 최대 16배 선호된다"고 말했다.


    일명 '자막 세대'의 부상도 요인이다. 젊은 세대의 미디어 소비 습관은 이런 변화를 가속했다. 이러닝 플랫 'Preply'의 최근 미국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70%가 대부분의 콘텐츠를 시청할 때 자막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행동은 단순히 외국어 콘텐츠 시청을 위해서가 아니다. 멀티태스킹 환경에서의 집중력 유지, 최근 미국 영화 및 드라마의 불분명한 대사 전달 문제, 다양한 억양의 이해 등을 위한 것이다. 해당 세대는 엔터테인먼트를 ‘읽는’ 행위에 익숙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0년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을 때 시상식에서 했던 "1인치 장벽(자막)만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발언을 Z세대들이 현실화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 AI 기술도 비영어 콘텐츠 인기를 견인했다. 최근 수십 개의 언어로 자막과 더빙을 제공하는 기능의 배경에는 AI 기술의 발전이 있다. AI 기반 기계 번역, 음성 합성 및 복제 기술은 현지화 작업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모든 영상 콘텐츠를 출시 첫날부터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면서도 광범위한 언어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5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다.

    알고리즘 추천 기능도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자막이나 더빙으로 특정 비영어권 콘텐츠를 시청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알고리즘은 해당 사용자에 더 많은 비영어권 콘텐츠를 노출한다. 이는 접근성 높은 콘텐츠의 공급이 수요를 다시 창출했다. 창출된 수요는 다시 더 많은 현지화 투자와 콘텐츠 노출을 정당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다.
    새로운 콘텐츠 수도, 뭄바이과 서울
    최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판도가 바뀌면서 주목받은 도시는 인도 뭄바이와 한국 서울이 대표적이다. 인도 시장에선 지난해 디즈니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합작법인(JV) 설립이 상징적인 사례였다. 인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85억 달러 규모로 디즈니와 JV를 설립했다. 이 JV가 운영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지오핫스타’의 올 2분기 기준 가입자 수는 3억 명에 육박했다.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와 맞먹는 규모다.




    이런 성장의 핵심 동력은 인도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프리미어 리그(IPL)의 독점 중계권이다. 디즈니는 단기적으로 올 회계연도에 약 2억 달러의 지분법 손실을 예상한다. 하지만 이는 통합 비용에 따른 것이다. 7억 5000만 명 이상의 잠재 시청자를 가진 시장을 장악하는 장기적 전략 가치를 따지면 감당할 수준이라는 평가다.


    한국은 인도와 다르다. 시장 자체보다는 글로벌 소프트파워 생산 기지로 부상했다. 넷플릭스는 작년부터 2027년까지 한국에 2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자의 효과는 명확했다. 작년 하반기 한국 콘텐츠는 전체 넷플릭스에서 총 77억 시간 소비됐다. 전체 시청 시간의 약 8%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 콘텐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국이 제작한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는 강력한 수출 상품임을 입증했다.
    부상하는 새로운 강자들
    다른 지역도 특색 있는 콘텐츠로 글로벌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스페인의 마드리드 등도 주목받고 있다.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비용 효율적인 제작 시스템, 특정 언어권의 전략적 거점이라는 강점으로 글로벌 OTT 기업의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

    나이지리아는 영화 산업에서 ‘날리우드(Nollywood)’라 불리며 아프리카 대륙의 문화적 중심지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릴러 '블랙 북'이 전 세계 69개국에서 상위 10위에 진입했다.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나이지리아에 23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적인 TV 드라마 수출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연간 드라마 수출액은 5억~6억 달러에 달한다. 약 200개국에서 즐긴다. ‘디지(Dizi)’로 불리는 튀르키예 드라마의 강점은 많은 회차 수와 비용 효율적인 제작 구조가 꼽힌다. 중남미, 중동, 동유럽 지역의 방송사 및 플랫폼에 매력적인 상품이다.



    스페인 마드리드는 유럽의 전략적 허브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스페인에 1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일명 ‘현지를 위한 현지 콘텐츠(Local for Local)’ 전략을 위해서다. 스페인의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는 EU의 콘텐츠 쿼터 규제를 충족시키는 제작 기지 역할도 한다. '종이의 집'의 성공이 입증했듯이 비 스페인어권 시청자에게도 스페인 콘텐츠는 큰 인기를 끌었다.
    현지화를 강제하는 '손'
    일부 국가의 규제와 자국 문화 산업 보호도 글로벌 OTT 기업의 현지 투자 요인이다. 유럽연합(EU)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은 유럽 내 현지화의 가장 강력한 법적 동력이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같은 VOD 서비스는 최소 30%를 유럽 작품으로 채워야 한다. 해당 플랫폼 매출의 일정 비율을 현지 콘텐츠 제작 기금에 기여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프랑스는 가장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프랑스 내 매출의 20%를 프랑스 및 유럽 콘텐츠 제작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캐나다도 온라인 스트리밍법을 통해 자국 문화를 보호하고 있다. 연간 캐나다 내 매출이 2500만 캐나다 달러를 초과하는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은 매출의 5%를 캐나다 콘텐츠 지원 기금에 기여해야 한다. 캐나다 라디오-텔레비전 및 통신위원회는 "해당 정책은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만들고 디지털 시대에 캐나다 스토리텔러들의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로에 선 K-콘텐츠
    한국 콘텐츠 산업은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콘텐츠는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방송영상 산업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억 8064만 달러 증가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장기 공급 계약에 힘입은 결과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IP(지식재산권) 소유권 문제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은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는 대가로 해당 콘텐츠의 IP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계약 모델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오징어 게임' 같은 초대형 히트작이 나와도 막대한 부가 가치는 대부분 OTT 기업이 가져간다. 업계에선 "이러다 넷플릭스의 하청공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자본의 대규모 유입은 배우 출연료와 스태프 인건비 등 제작비를 끌어올렸다. 한국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10억~30억원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방송사나 중소 제작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드라마 총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4년 107편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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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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