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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압박 세지는데…"中企 대출 되레 16% 줄여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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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압박 세지는데…"中企 대출 되레 16% 줄여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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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이 ‘과징금 폭탄’ 위기에 몰리면서 10년간 기업대출 공급 여력이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징금은 일시적인 비용 부담에 그치지 않고 자본 건전성과 직결되는 구조적 리스크라는 점에서 은행권의 긴장 수위가 높다. 정부가 은행에 기업대출·모험자본 등 생산적 금융 확대를 요구하지만 과징금 처분이 내려지면 은행들은 내년부터 기업대출을 더 줄여야 할 판이다.
    ◇자본 규제에 ‘발목’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과징금은 바젤 규제상 신용 및 운영 리스크로 분류돼 10년 동안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반영해야 한다. 과징금 전액은 물론 과징금의 600%가 추가 RWA로 잡힌다. 은행권이 연루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담보인정비율(LTV) 및 국고채 전문딜러(PD) 담합 등 제재로 최대 9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과징금 9조5000억원과 그 600%인 57조원을 더해 66조5000억원의 RWA를 반영해야 한다.

    은행의 RWA는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RWA가 불어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떨어지고, 이는 은행의 대출 축소 압박과 자본 확충 부담으로 연결된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상장된 4대 금융지주의 배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주주환원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은행이 현재 자본 비율을 유지하려면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별도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출을 줄이는 것이다. 자본 확충은 간단치 않다. 지주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은행에 투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지주사의 주주가치가 훼손된다.
    ◇정부 기조와 충돌 가능성
    은행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대출 축소와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이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부터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는 평균 15%다. 기업대출은 75%(해외 신용평가사 BBB+~BBB- 기준)에 이른다.

    파장은 중소기업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은 정부 규제로 한도가 제한돼 있고, 대기업 대출은 담보력과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아 은행 입장에서 유지할 유인이 크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이 먼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과징금 처분이 이뤄진 후 은행들이 RWA 증가분(66조5000억원)을 줄이려면 기업대출 위험가중치(75%)를 감안할 때 88조7000억원의 대출을 축소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4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554조원)의 16%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하지만 자본 규제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며 “결국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은행권이 관련된 3대 과징금 이슈에 모두 연루된 데다 과징금 규모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ELS 제재에서 국민은행은 최대 4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국민은행은 은행권 홍콩 ELS 판매액의 절반 이상인 8조1972억원어치를 팔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면 판매 금액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투자자 자율 배상, 당국의 과징금 부과, 10년간 이어지는 RWA 반영 의무까지 겹쳐 사실상 ‘삼중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제재를 넘어 은행의 자본 건전성과 신용공급 여력을 동시에 압박하기 때문이다.


    과징금 규모와 부과 시점 모두 불분명한 것도 문제다. 은행권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의 심사 절차가 연내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은 대출 공급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정책 방향에 협조할 의지가 있어도 자본비율이 흔들리면 쉽지 않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일부 혐의는 과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합당한 처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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