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잇따른 품질 논란에도 초저가 정책을 무기로 고객 확장에 나서면서다. 미국의 저가 소포 면세 폐지로 중국계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더욱 공세를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의 절반에 가까운 47.1%가 중국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실제로 앱을 사용하는 비율은 59.6%에 달한다.
앱별로 보면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알리익스프레스 905만명, 테무 800만명, 쉬인 220만명이다. 특히 알리는 전년 동월(495만명)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하며 국내 종합몰 앱 가운데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결제 추정액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발 해외 직구 금액은 1조2205억원, 2분기에는 1조4660억원으로 총 2조6865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상반기 전체 해외 직구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지난해 알리와 테무의 결제액은 4조2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정체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내 소비자가 중국계 이커머스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 경쟁력이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버려도 부담 없는 가격"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잇따른 품질 논란에도 C커머스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소비자 단체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이 공개한 '소비자리포트'에 따르면 상품 품질에 대한 불만(28.2%)이 배송기간(41.6%), 상품정보(38%), 배송상태(29.4%)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지만 상품 가격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80.8%에 달했다. 최근에는 국내 물류 인프라 강화로 배송기간을 줄이고, 한국어 고객센터를 운영해 더욱 적극적으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 변화 역시 중국 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29일부터 미국은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 소액 직구 면세 혜택을 폐지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중국과 홍콩에서 들여오는 소액 소포에 면세 혜택을 없앴다. 이에 따라 모든 국제 우편물에 관세가 부과돼 중국발 저가 상품 수출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종의 '풍선 효과'로 중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3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미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소액 면세 제도가 폐지된다면 미국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중국 업체들이 한국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자국 내 과잉 생산과 성장 정체 등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 관세 영향으로 보다 규제가 약한 한국시장에 투자를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