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억원 금융위원회 후보자가 2일 고개를 숙였다.
그는 2005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재건축 전인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고 해외로 나가 살면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관련 질의에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인사청문회 요청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05년 미국투자공사 파견 직전 강남 개포주공 3단지(35.87㎡)를 3억5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후 실거주하지 않고 보유하다 2013년 제네바 유엔대표부 파견을 앞두고 5억4500만원에 매각해 약 2억원대의 차익을 남겼다. 현재 '디에이치아너힐즈'라는 이름으로 재건축된 곳이다.
이 후보는 같은 시기 개포주공 1단지(58.08㎡)를 8억5000만 원에 새로 매입했다. 현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로 재건축된 곳으로, 현재 47~50억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강남 노후 재건축 아파트는 전적으로 투자용으로만 활용됐다"며 이 후보자 실제 거주는 대치동, 도곡동 전세나 용인 수지 아파트였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두 차례 해외 근무 직전 모두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거주 목적이 아닌 전형적 투기 행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해외 나갈 때 형편에 맞게 집을 2번 옮겼다"며 "현재 그 집에 살고 있고 평생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필요시 추가로 대출을 규제하겠다'는 이 후보의 발언을 언급하며 "6·27 기준으로 하면 당시 후보는 규제에 걸려서 대출을 못 받으시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가 "당시에는 그런 게(규제) 없었다"고 하자 김 의원은 "그런데 왜 6·27 규제에는 환영하고, 지금 아파트 사겠다는 사람들도 추가 조치하겠다고 하시냐? 저같이 집 없는 사람들은 서러워서 후보자님 보면 원망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돈 벌려면 공직으로 가지 말고 기업으로 가시라'고 했다"며 "후보자님 인생 들여다보면 아주 알차게 투자도 잘하시고 포트폴리오도 좋고 잘 사셨다"고 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을 선언한 시대에서 금융수장 되실 분이 부동산 투자로 40억 원 정도의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하면 누가 우리 국장, 금융 수장을 믿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겠나"라며 "그 상황에서 대출까지 막아놓으니까 이재명 정부의 금융 정책, 대출 규제에 대해서 심각한 불만이 쌓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이에 "말씀하신 내용을 가슴 속에 잘 새기고 계속해서 염두에 두겠다"고 답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