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세전> <삼대>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쓴 한국 근대 대표 소설가 염상섭(1987∼1963)의 육필 원고를 비롯한 자료 280여 점이 국립한국문학관에 안착했다.
2일 국립한국문학관은 올해 3월 유족으로부터 자료를 입수하고 정리와 수증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14일 기증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기증된 자료에는 육필 원고와 구상 메모 25점, 소설이나 작품이 발표된 지면을 작가가 직접 스크랩한 자료 223점, 이력서나 출판계약서처럼 작가로서의 활동 기록을 담은 자료 30여점이 포함됐다. 시인 김억과 동화작가 마해송이 염상섭에게 보낸 편지, 서예가 배길기가 쓴 염상섭의 묘비명, 언론인 유광열이 쓴 조서도 기증됐다.
이 같은 자료들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광복 등을 겪은 염상섭의 생애와 당대 문학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료다.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을 역임한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염상섭의 작품은 식민지 시대와 분단 시대의 민족현실에 밀착된 불멸의 문학적 초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기증품을 통해 작가 염상섭의 책임감과 열정도 확인 가능하다. 스크랩 자료에는 이미 작품이 발표된 지면에 펜으로 표시해 오자를 바로잡거나 교정을 본 흔적이 남아 있다.
다만 이번에 기증된 자료는 광복 이후 시기에 집중돼 있다. 염상섭이 일제강점기에 10년간 만주에서 머물다가 귀국했기 때문이다.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은 오랜 기간 자료를 보존하고 그것을 기증으로 나눈 유족의 뜻에 감사를 표하면서 "매끈하게 인쇄된 책의 표지로는 알 수 없는 문학의 이야기를 보존하고 발굴하고 알리는 일이야말로 문학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