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님의 주식 트레이더'라는 거짓말로 사기를 벌여 지인들로부터 약 50억원을 가로챈 40대 여성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는 종교적 신앙심을 이용한 ‘가스라이팅’을 통해 수년간 주변 사람들의 돈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와 가스라이팅으로 심리적 지배
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박모씨(47)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 유사수신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박씨는 허위 투자회사 '제니스파트너스'를 설립해 경기도 고양에 사무실을 차리고 '원금과 수익 보장'을 앞세워 고소인 6명으로부터 49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피해자 등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이 전직 목사 사모이자 하나님의 일꾼이라고 주장하는 등 종교를 이용한 심리적 조작을 수년간 이어왔다. 박씨는 피해자들에게 "나는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환상으로 해외선물 안전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하나님이 주신 차트로 매매하기 시작했더니 해외선물 고수가 됐다"고 주장해 1명당 수천만~수십억 원의 투자금을 가로챘다.
특히 박씨는 심리적으로 취약한 이혼녀, 장애인 등을 주요 범행 표적으로 삼아 가스라이팅을 통해 조종했다. 박씨는 전 남편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지쳐 있었던 김모씨(37)에게 접근해 "집에 귀신이 있어서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니 기도하고 순종해야 한다"며 "나한테 투자해야 전 남편이 때리고 돈을 빼앗아 가지 않는다"고 속여 약 22억원을 뜯어냈다.
◆호화생활 과시하며 투자 유도
박씨는 자신의 범행이 들통나지 않도록 피해자들을 철저히 고립시켜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막았다. 피해자 각각에게 거짓말을 퍼뜨려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김씨는 남자를 밝히는 꽃뱀이다", "조씨는 돈을 횡령한 사기꾼이다" 등의 이간질로 피해자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일부 피해자가 박씨의 범행 사실에 대해 알리자, 박씨는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역고소하기도 했다. 
박씨는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서울 특급호텔에 장기간 투숙하고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자신을 성공한 투자 전문가로 꾸미기도 했다. 또 "키움증권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등의 거짓말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은 카드론, 2·3금융권에서 대출까지 받는 등 빚까지 내며 투자금을 조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박씨는 올해 3월 급하게 이사하며 잠적했고, 피해자들은 사기당한 사실을 깨닫고 공동으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
피해자 김모씨(39)는 "박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갚을 돈이 없다'는 거짓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몰래 이사를 간 상황인 만큼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아 구속 수사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한 금전적 사기가 아닌 '심리적 살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스라이팅에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며 "특히 경제적, 심리적 취약성을 가진 사람들은 기댈 곳을 찾기 때문에 가해자의 심리 조작에 더 쉽게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빈 davinc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