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에서 외국계 기업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됐던 한빛 해상풍력이 고배를 마셨다.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용량 확대 뿐만 아니라 국산 기자재 사용 등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안보·공급망 평가 지표를 도입한 결과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상반기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과 공공주도형 입찰에 응한 4개 프로젝트는 모두 낙찰했으나, 일반형 입찰에 참여한 2개 사업은 탈락했다. 고정가격계약이란 정부가 20년간 일정한 가격에 전기를 구매해주는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으로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필요한 해상풍력 사업의 경제성을 결정짓는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입찰에서는 가격요건과 주민수용성, 계통수용성 등 비가격요건이 평가 대상이 된다. 공공주도형 입찰은 발전공기업이 과반 지분을 보유해야 하고 공급망(14점), 안보(8점) 비중이 크며 정부 연구개발(R&D) 기자재를 실증하는 경우 우대가격이 부여된다. 일반형 입찰은 민간 주도로 가격 경쟁과 공급망(14점), 안보(6점), 공공출자지분(2점) 등이 평가된다.
올해 상반기 공공주도형 입찰에서 정부는 500메가와트(MW) 내외를 공고했고, 이에 응찰한 서남해 해상풍력(400MW), 한동·평대 해상풍력(100MW), 다대포 해상풍력(99MW), 압해 해상풍력(80MW) 등 4개사가 모두 낙찰됐다. 한전 자회사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 자격 요건을 충족한 결과다. 반면 750MW 내외로 공고된 일반입찰에 도전한 한빛 해상풍력(340MW)과 해송3 해상풍력(504MW)은 탈락했다.
한빛 해상풍력 프로젝트 개발사인 명운산업개발은 이번 결과에 대해 "유니슨이 독일계 기업 벤시스의 13.6MW 터빈 제조 기술을 이전받아 생산한다는 계약서를 제출했음에도 탈락했고, (정부 R&D로 개발된) 두산에너빌리티의 10MW짜리 터빈만 우대한 입찰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상풍력의 발전단가를 인하할 수 있는 14MW급 터빈은 어차피 유럽이나 중국 등 외국계 기업만 만들 수 있는데, 이번 입찰 결과는 발전단가 인하에 역행하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낙찰된 프로젝트 가운데는 터빈 공급사로 '두산에너빌리티 또는 유니슨'을 적시한 곳들도 있어 두산에너빌리티에만 특혜를 준 것은 아니라는 반박이 나온다. 또한 명운산업개발은 앞서 낙찰된 낙월 해상풍력 사업에서 중국 국영기업 CEEC가 인력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은 곳이다.
이번에 명운산업개발이 터빈 공급사 유니슨이 기술 이전을 받을 기업으로 지목한 벤시스도 본사가 독일에 있긴 하지만, 2008년 중국 골드윈드가 대주주로 올라선 중국계 기업이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산업부가 해상풍력 보급 과정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와 국가 안보 리스크 차단을 병행한다는 정책 기조를 명확히 했다"며 "해상풍력 보급 확대보다 안보와 공급망에 방점을 두는 기조는 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