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미국과 영국 주요 매체들의 극찬을 받았다.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31일 낮 정오(미 서부시간) 기준으로 영화 '어쩔수가없다'(영어 제목 'No Other Choice')에 대해 17개 매체가 리뷰(평가)를 내놓은 가운데 이들의 평점이 100점 만점을 기록하고 있다.
영국 BBC는 박 감독의 신작이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별점 5점 만점을 줬다. BBC는 "'올드보이'와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베니스(베네치아)영화제에서 경제적 불안을 다룬 '암울하면서도 웃긴' 코미디를 공개했다"며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큰 히트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도 "박찬욱의 눈부신 살인 코미디는 통제된 혼돈을 보여주는 마스터클래스"라는 제목의 리뷰 기사에서 "'올드보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을 만든 한국 감독이 해고의 광기를 풍자한 황홀할 만큼 재미있는 블랙 코미디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을 빛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현존하는 가장 우아한 영화감독일 수 있다는 증거로 가득 찬 최신작"이라고 평했다.
스크린데일리는 "이 영화는 극도로 재미있지만, 동시에 장기 실업자들의 절망과 기업 세계의 불필요한 잔혹성에 대한 가슴 아픈 탐구이기도 하다"며 "인공지능(AI)이 점점 더 노동시장의 큰 부분을 잠식해 감에 따라 우리 모두가 '만수'(주인공)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로튼토마토에서 박 감독의 신작이 받은 비평가 평점 100점은 이전에 '기생충'이 받은 99점보다 높다. 물론 '기생충'의 점수는 485명의 점수를 집계했다는 점에서 '어쩔수가없다' 역시 추후 극장 개봉이 이뤄지고 더 많은 비평가 점수가 나오면 평점이 내려갈 순 있다.
미국에서는 박 감독의 이번 베네치아 영화제 수상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내년 오스카상(아카데미)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디와이어는 영어 제목 '노 아더 초이스'라는 문구를 인용, "오스카 시상식은 마침내 박찬욱 감독을 후보에 올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The Oscars May Have 'No Other Choice' but to Finally Nominate Director Park Chan-wook)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거장 감독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황금사자상에 도전한다. 한국 영화로는 열한 번째, 2012년 '피에타' 이후 13년 만의 경쟁 부문 진출이다. 박 감독은 이번 초청으로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20년 만에 다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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