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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박희순 "'어쩔수가없다'는 참 이상한 영화" [여기는 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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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박희순 "'어쩔수가없다'는 참 이상한 영화" [여기는 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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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리도섬의 ‘팔라쪼 델 시네마’에서 지난 29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배우 두 명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인공 만수(이병헌)의 아내인 미리를 연기한 배우 손예진, 만수의 마지막 제거 대상인 선출 역을 맡은 배우 박희순이었다. 두 배우의 연기 경력에서 기립박수를 받는 일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난생처음 찾은 ‘베니스의 밤’은 분명 특별했다. 이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이튿날 오전 리도섬에서 손예진과 박희순을 만나 ‘어쩔 도리가 없이’ 눈시울을 붉힌 이유를 물었다.

    손예진은 충무로 정상급 여배우로 평가받지만, 해외 영화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산 이후 작품활동을 쉬었던 터라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것도 2년 만이다. 손예진은 복귀 후 첫 작품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인 만큼, 감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영화제가 처음이고 늘 상상으로만 기립박수를 받아본 입장에서 꿈 같았다”며 “다신 오지 않을 순간에 마침 옆에서 박희순도 울고 있는 걸 보니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늘 강렬한 연기를 펼쳤던 박희순의 눈물은 꽤나 의외다. 그가 영화에서 시건방진 마초의 역할을 맡았단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박희순은 이날 ‘우습고도 슬픈’ 삶이 반복되는 ‘어쩔수가없다’라는 작품 자체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기술시사로 배우들과 봤을 땐 극장이 떠나가라 웃었는데, 영화제에서 다시 보니 웃음보단 눈물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두고 “참 이상한 영화”라며 “어떤 관점으론 웃음을 짓는 영화지만, 한편으론 참 짠하고 가슴 아픈 미묘한 감정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선출이란 사람에 대해 곱씹어보면 박희순이 느낀 이런 양가적인 감정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출은 제지업체 반장으로, 해고된 이후 다시 취업을 꿈꾸는 만수의 질투 대상이자 반드시 없애야 할 인물이다. 그는 누구보다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외로움을 느끼는 남자로, 이 점을 파고든 만수에게 제거된다. 박희순은 “마초 같지만 내면은 순한 자기 충돌이 있는 남자가 선출”이라며 “구조조정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자신도 이렇게 고되게 일하다간 죽을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막상 나서지는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캐릭터”라고 했다.

    박찬욱 감독의 캐스팅 연락에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채 “무조건 한다고 전해달라”고 외쳤다던 박희순은 선출을 연기하는 데 마음을 다했다. 이날 옆에서 함께 앉아 있던 박 감독이 “왜 나는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싶은 귀한 아이디어”라며 박희순이 제안한 시나리오 수정을 흔쾌히 수락했을 정도다. 정작 박희순은 “술 취한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 정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한 모금을 마시고 싶었는데, 감독님의 디테일한 디렉션을 수행하지 못할까 봐 한 잔도 마시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채 “오케이”를 외친 박희순과 달리 손예진은 ‘어쩔수가없다’의 참여를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늘 ‘내가 해야만 하는 역할을 하자’고 생각해 왔는데,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야기가 비극적이고 잔인하면서도 아프고 짠한 데다, 이상하게 웃기기까지 해서 잔상이 많이 남았다”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미리는 소설 원작의 주인공 버크의 부인인 마저리보다 더 선명한 캐릭터로 바뀌었다. 3개월이면 재취업한다는 남편의 말에 퇴직금을 있는 대로 쓰고 살 정도로 세상 물정 모르는 듯 보이면서도, 파산 위기에 몰리자 집을 내놓고 자식 문제를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주체적인 모습도 보인다. 남편의 기이한 행각을 방관하지 않고 동조하는 모호한 캐릭터성도 돋보인다. 이를 두고 손예진은 “이번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트릭이 없지만, 모호함이 주는 이상야릇한 감정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손예진은 이날 ‘어쩔수가없다’를 발판 삼아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키우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그는 “영화에서 만수는 배우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정말 압도적인 캐릭터”라며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만수를 연기한 이병헌이 부럽다”며 고 말했다. 함께 작업한 박 감독에 대해서도 엄지를 들어 올렸다. 손예진은 “매일 밤 한 줄의 대사를 쓰기 위해 애쓰는 것 같지만, 안에 있는 어떤 것을 끄집어내도 예술이 되는 것 같은 진짜 예술가 같다”고 했다.


    베네치아=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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