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삼성, 美서 ESS 배터리 신제품 공개
3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오는 9월 8~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RE+2025’에서 ESS용 배터리 신제품을 공개한다. RE+2025는 북미 최대 규모 에너지산업 전시회로 올해 28개국, 1322개 업체가 참가한다. SK온은 이번 행사에 부스를 내지 않았다.삼성SDI는 이번 전시에서 ESS용 배터리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 2.0 버전을 처음 공개한다. SBB 모델에 LFP를 채택한 건 처음이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기반의 기존 SBB 1.0, SBB 1.5보다 저렴한 게 강점이다. 목표 양산 시점은 2026년이다.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함께 세운 미국 인디애나 공장의 기존 삼원계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각형으로 개발한 ESS용 LFP 배터리를 선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으로 내놓는 첫 작품이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외부 충격에 강하고 생산 단가도 저렴한 게 강점이다. ESS용 배터리 시장의 최강자인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ESS로 전기차 캐즘 돌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ESS용 배터리 시장에 힘을 주는 건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9월 30일부터 전기차를 구매할 때 줬던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한다. 당초 계획(2032년)보다 폐지 시점을 7년이나 앞당겼다. 배터리업계엔 상당한 악재다.ESS용 배터리 시장은 다르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에너지를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ESS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3년 44기가와트시(GWh)에 불과하던 글로벌 ESS 설치 규모가 2030년 508G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앞다퉈 LFP 배터리 신제품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FP 배터리 생산단가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화학구조가 단순해 화재 위험성도 낮다. 낮은 에너지 밀도가 약점으로 꼽히지만, ESS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 효율을 내야 하는 전기차와 달리 ESS는 넓은 공간에 여러 대의 배터리를 쌓아 올리면 낮은 에너지 밀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에서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고율 관세가 붙은 걸 활용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40.9% 관세를 부과하는데, 내년에 이 수치가 58.4%로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ESS 시장을 잡을 최적의 타이밍이 왔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