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탄소중립산업법을 만들려는 것은 국가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차원만은 아닙니다. 탈탄소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이 갖춰야 할 친환경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금한승 환경부 차관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클럽 2025’ 출범식 기조연설에서 “국내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민국 ESG클럽은 2021년 시작해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국내 최대 ESG 포럼으로, 이날 행사엔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등 100여 개 기업의 ESG 담당 임직원이 참석했다.
◇배출권 수익, 기업에 모두 환류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금 차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탈탄소 정책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정부의 탄소중립산업법과 관련해 “부처별로 흩어진 탄소중립 관련 산업을 한데 모아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원칙과 방향, 정책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마련한 법은 국회에 계류 중인 탄소중립 관련 법안들과 통합 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금 차관은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은 환경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청정에너지 예산 삭감과 파리협정 탈퇴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방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이 이에 대비하지 못하면 국제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규제뿐 아니라 기업 지원 정책도 법안에 담을 계획이라고 금 차관은 설명했다. 기업이 탄소 배출 시 내는 금액이 올해부터 늘어나도록 돼 있는데, 이 돈을 모두 기업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금 차관은 “올 상반기 확정된 4차 배출권 할당 계획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유상 할당 비중이 확대됐는데, 이렇게 정부에 들어온 돈을 전액 산업계에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며 “특히 기업이 친환경 사업에 혁신적으로 투자할 경우 운영비 등을 지원해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K-택소노미 범위 확대
금 차관은 이날 각종 사업의 친환경 수준 등을 판별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의 적용 범위 확대 계획도 공개했다. 지금은 K-택소노미 기업으로 분류되면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가점을 받는 정도지만, 앞으로는 주식·파생상품 시장으로 넓혀 녹색 전환 기업에 자금이 더 쉽게 공급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기업이 K-택소노미가 적용된 녹색채권을 발행하면 이자 비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금 차관은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은 단기간에 녹색산업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을 통해 녹색 전환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금 차관은 이날 참석한 기업인들에게 “기후위기를 기업 생존 전략이자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2020년 이전만 해도 극한기후가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했지만 이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은 이를 전제로 재난 대응 매뉴얼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반도 기후 예측 자료를 고도화해 기업에 제공할 것”이라며 “기업은 이를 경영 계획과 재난 대응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oliv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