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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에서 만나는 김민정, 이강승, 캔디스 린의 '미술관급 전시' [KIAF 프리즈 서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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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에서 만나는 김민정, 이강승, 캔디스 린의 '미술관급 전시' [KIAF 프리즈 서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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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국내 1호 상업 화랑’ 갤러리현대가 문을 연 지 55년째 되는 해다. 그림을 사고판다는 개념조차 대중에게 익숙지 않던 당시와 비교하면 그간 한국 미술은 몰라보게 발전했다. 자그마한 신생 화랑에 불과하던 갤러리현대 역시 한국 미술과 함께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세계 유수의 아트페어에서 주목받는 ‘월드클래스 갤러리’로 자리 잡았다.


    올해 KIAF-프리즈 기간 갤러리현대가 선보이는 전시는 그간 갤러리가 이룩한 성장의 결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시의 주인공은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 이강승(47)과 캔디스 린(49),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민정(63). 해외 주요 미술관에서 수시로 개인전을 여는 국제적 명성의 작가들이 국내 상업 화랑 한 곳에 모이는 것이다.

    잊힌 이들을 위한 목소리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는 이강승과 캔디스 린의 2인전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영국 작가 D. H. 로런스의 시구에서 가져온 문구다. 갤러리 관계자는 “역사에서 소외되고 잊힌 이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전하겠다는 작가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승은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 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 전시에 참여한 한국 작가다.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게티 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강승이 주목하는 ‘잊힌 이들’은 퀴어(성소수자) 예술가와 인권 운동가들. 흑연으로 정교하게 그림을 그리거나 한국의 전통 삼베에 금실로 수를 놓는 등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수작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애도하고 기린다. 다양한 장르로 펼쳐내는 세련된 미감과 오랜 시간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탁월한 완성도는 현대미술이나 퀴어 문화에 익숙지 않은 관객에게조차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강승은 ‘피부’라는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 작업을 선보인다. 그에게 피부는 몸의 일부이자 충격을 흡수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살아 있는 기록이다. 신작 영상 ‘피부’와 아상블라주(버려진 물건이나 폐품 등을 모아 작품을 만드는 기법이나 그 작품) 연작 ‘무제(피부, 별자리)’를 통해 이강승이 새롭게 개척한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함께 전시를 여는 캔디스 린은 미국과 유럽 미술계의 여러 상을 휩쓸며 미술계에서 각광받는 작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예술·건축대학 교수인 그는 2023년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에서 설치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국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캔디스 린이 주목하는 이들은 식민지, 인종차별, 성차별의 희생자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곰팡이, 박테리아, 얼룩, 돼지기름 같은 유기적 재료를 사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작은 마치 동물의 순환계처럼 움직이는데, 전시 기간 내내 스며들고 썩고 변화하며 식민지 유산이 품고 있는 불안정성과 부패를 오감으로 느끼게 해준다. 전시는 10월 5일까지.

    김민정이 보여주는 ‘사유의 불꽃’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는 김민정(63) 작가의 개인전 <원 애프터 디 아더One after the Other>가 열리는 중이다. 김민정 작가는 지난 30여 년간 한지, 먹, 불을 사용해 동양철학을 표현한 현대적 추상화를 발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김 작가는 광주에서 태어나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배운 뒤 당시 한국 화단에 한계를 느끼고 1991년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말레비치, 클레, 로스코 같은 서구 모더니즘 대가들의 추상 언어를 흡수한 뒤 이를 동양적인 정신과 결합했다. 그 결과 오늘날 세계가 인정하는 그만의 예술 언어가 탄생했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수행에 가깝다. 한지의 가장자리를 촛불이나 향불로 태우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검은 그을음의 선들을 겹겹이 쌓아 하나의 화면을 만드는 식이다. 그는 이 과정을 ‘불과 나의 협업’이라고 설명한다. 엄격하게 통제된 행위와 불꽃이 남긴 우연적이고 불규칙한 흔적이 결합한 덕분에 작품은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독특한 느낌을 풍긴다. 그 결과물을 보며 관객은 평온함과 정서적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폰다치오네 팔라초 브리케라시오, 덴마크 코펜하겐의 스비닌겐 미술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아시아 소사이어티 박물관 등이 그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현대미술관(2012), 싱가포르 에르메스 재단(2017), 영국 런던 화이트 큐브(2018)와 대영박물관(2019), 파리 알민 레슈와 생모리츠 로빌란트+보에나 등 세계 유수 기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샤갈, 미로 등 20세기 거장들의 컬렉션으로 유명한 프랑스 매그 재단에서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금 그는 주로 남프랑스 생폴드방스와 미국을 오가고 있다. 갤러리현대에서 그의 전시가 열리는 건 4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옷의 지퍼를 모티프로 삼아 불에 태운 한지를 지그재그 형태로 쌓아 올린 신작 ‘Zip’ 연작 10점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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