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얘기도 서울 한남동 아트밸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국내 최고 사립 미술관인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세계 정상급 갤러리의 한국 지점들이 포진한 이곳에서는 매년 KIAF-프리즈 기간이면 미술 애호가의 혼을 쏙 빼놓을 만한 거장들의 전시가 열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 이불, 미국의 거장 제임스 터렐과 마크 브래드퍼드 등의 전시가 한남동과 용산 등지에서 이어진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전시는 다음달 4일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이불 개인전 ‘이불: 1998년 이후’다. 이불의 대규모 국내 전시는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적 있지만, 당시는 초기작이 중심이었다. 이번에는 전 세계의 찬사를 받은 21세기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에는 총 150여 점의 작품이 나왔다. ‘사이보그’ ‘애너그램’ 등 1990년대 후반 작품들로 시작해 2000년대 중반 ‘나의 거대 서사’ 연작, 2010년대 거대한 설치작품인 ‘취약할 의향’ 연작, 2019년에 시작한 평면 작품 ‘페르뒤’ 연작까지 고루 감상할 수 있다.

용산동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마크 브래드퍼드도 세계적인 거장이다. 2017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미국 ‘국가대표 작가’로 나선 그는 추상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풀어낸다. 유년 시절 로스앤젤레스(LA) 미용실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한 경험이 녹아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브래드퍼드는 회화와 영상, 설치 등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압권은 ‘떠오르다’(2019). 전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방 하나를 꽉 채운 초대형 작품이다. 관람객은 캔버스 천과 종이, 실을 찢어 만든 수백 개의 띠가 전시장 바닥을 뒤덮은 이 작품 위를 직접 걸어볼 수 있다. 1층 전시 공간에서는 일본의 슈퍼스타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도 열린다.

이태원동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테레시타 페르난데스가 전시를 연다. 수많은 미술상을 받은 그는 100년 역사의 미국 미술위원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라틴계 여성이기도 하다. 세라믹 큐브로 만든 벽면 설치 작품, 회화 작품 등을 통해 내면과 사회의 풍경을 그린 작품들이 나와 있다.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서는 제임스 터렐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폐막일인 9월 27일까지 예약이 꽉 차 있지만, 간혹 나오는 평일 취소표를 노려볼 만하다. “설명하면 지루하지만 직접 경험하면 마법과 같다”는 그의 작품을 서울에서 만날 드문 기회다.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는 미국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살레의 전시가, 파운드리 서울에서는 한정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갤러리바톤의 최지목 작가 개인전, 갤러리BHAK의 신진 작가 보킴 개인전, 갤러리조은의 오세열 작가 개인전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성수영/유승목 기자 syo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