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이 당 대표였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28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만약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안 되고 나 의원이 만약 당 대표가 됐다면 계엄은 없었을 것이라고 보냐'는 물음에 "저는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도(국민의힘도) 어렵게 된 것이 윤 전 대통령과 한동훈 당 대표가 사이가 나빠서 이렇게 된 거 아닌가"라고 했다.
나 의원은 "당 대표와 대통령과 사이가 안 좋으면 망조가 든다. 우리도 보면 이명박 대통령 때는 초기 3년까지 당 대표가 잘 서포트하는 당 대표가 됐다"며 "그래서 무난하게 임기를 했는데, 박근혜 당 대표 시절에 어떻게 됐나. 유승민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와 삐걱거리는 그때부터 당정이 쉽지 않은 관계가 됐다"고 했다.
나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당 대표 후보의 패인으로 '한동훈 칭찬'을 꼽았다. 그는 "김 후보가 (토론회에서) 한동훈과 전한길 중에 누구 공천할 거냐고 묻는데, 한동훈 대표 칭찬을 많이 했다"며 "아직은 당내에서 탄핵을 찬성하신 분들 때문에 우리가 정권을 잃었다는 생각이 훨씬 많이 있다. 탄핵 반대가 75%, 찬성이 25%"라고 했다.
나 의원은 이어 "우리 대통령을 탄핵할 경우 그 결과는 정권을 잃고, 지금 일어나는 이런 헌법 파괴적이고, 반기업적인 법안들이 통과될 것이 뻔히 예상된다는 것 아니냐"며 "그런 의미에서 탄핵 찬성파에 대한 거부감들이 있는데, 김 후보가 거기(토론회에) 가서 한동훈 대표를 너무 칭찬하셨지 않나. 그게 아주 결정적이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 내에서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토하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악연의 시작은 지난해 7·23 전당대회다. 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한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자신에게 나 의원이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이 있다고 폭로한 것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된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에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장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총선 후 대표로 등장한 한동훈 대표는 총구가 항상 대통령에게 가 있었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잠시 오른 것은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당 대표가 2주간 대통령 욕을 안 한 그때였으니"라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올해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도 '불법 비상계엄을 앞장서서 막았다'는 한 전 대표에게 "한동훈 후보가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