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칩 대표 기업 엔비디아가 올 2분기(5~7월)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다만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하락했다. 핵심 사업 부문인 데이터센터 매출이 더이상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나왔고, 대중(對中) 칩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올 2분기 매출 467억4000만달러(약 65조1555억원)와 1.05달러(1463원)의 주당순이익(EPS)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조사 업체인 LSEG가 집계한 월스트리트 매출 전망치(460억6000만달러)와 EPS 전망치(1.01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수준이다.
이번 분기 실적은 엔비디아가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환경 속에서 확고히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CNBC는 평가했다.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오는 2030년까지 AI 인프라 지출 규모가 3조~4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핵심 사업 부문인 데이터센터 부문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411억달러를 기록했다. 당초 시장 예상치는 413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CNBC는 "대중 수출 칩인 H20 매출이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중국 수출용 H20의 수출 중단이 45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했으며, 만약 분기 내 판매가 가능했다면 매출에 80억달러를 추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해당 분기 동안 중국에 H20 칩을 판매하지 못했지만 1억8000만달러 규모의 H20 재고를 중국 외 고객에게 출하해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중국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다. H20 칩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의해 중국 수출이 제한됐다가 지난달 판매 재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에 H20 칩 중국 판매에 대해 매출의 15%를 주는 이례적인 합의를 했다. 미·중 갈등이 나날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계속된 불확실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크레스 CFO는 "우리는 계속 지정학적 이슈들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이슈가 해결되면 이번 분기에 중국을 통해 20억~50억달러의 H20 매출액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어난 5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역시 월가의 전망치(531억4000만달러)를 소폭 웃돈 것이며, H20칩의 중국 수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에도 향후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 우려에 엔비디아는 시간 외 거래에서 3% 이상 주가가 급락했다. 실적 발표 이전 정규장에서 0.09% 하락하며 약보합권으로 거래를 마감했는데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는 한 때 5.35%까지 낙폭을 키웠고, 현재 3% 이상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