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오는 10월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북 대화를 추진해 보자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거부했지만, 한국과 미국의 정상이 반복해서 관련 발언을 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만남을 추진할 것이며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도 만나달라”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대화 시점과 관련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어 말하기 어렵지만,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미·북 정상이 마주 앉을 계기로는 10월에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무역회의(trade meeting)를 위해 곧 한국에 갈 것 같고, 한국이 회의를 주재한다”고 답했다. 다만 북한은 APEC 회원국이 아니어서 원칙적으로 참가 대상이 아니다. 북한을 참석하게 하려면 의장국 주도로 회원 간 논의를 거쳐 비회원 자격으로 초청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북 회담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북한이 초청을 꺼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우선 북한과 연락 채널을 복원하고 연내 남북 및 미·북 대화 개최를 목표로 전방위적 평화외교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이 경주가 아니라 판문점 등지에서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북 정상은 2019년에도 판문점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다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수 있냐”는 질문에 “김정은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느꼈고, 그것이 그렇게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김정은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미·북 대화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대통령은 이 발언을 거론하며 “(미국 측의 제안 등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보였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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