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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 물가 부담에 여름에도 바다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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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 물가 부담에 여름에도 바다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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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해변의 높은 이용료로 올해 여름 개인 해변을 찾는 이탈리아인들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물가 속 여가·휴가·오락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해변 이용 비용을 둘러싼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전통적인 여름휴가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해변에는 파라솔과 선베드를 설치하고 요금을 받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약 7,000곳에 달한다. 이들은 해변에 유료 선베드 등을 일렬로 설치하고 하루, 주간, 월 단위 요금제를 운용한다. 일부 구간은 무료 해변이지만 민간 업체의 관리하에 있다. 매체 엘 파이스에 따르면, 이러한 관행은 192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이탈리아 소비자단체 알트로콘수모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 시각) 기준 해변 선베드 대여료는 4년 전보다 평균 17% 상승했다. 로마 인근 라치오 지역에서는 선베드 두 개와 파라솔 하나 대여에 30유로(약 4만 8,000원) 이상이 필요하고, 인기 휴양지인 풀리아 갈리폴리에서는 90유로(약 14만 7,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배우 알레산드로 가스만은 인스타그램에 해변 위 텅 빈 선베드 사진을 공유하며 “물가가 너무 비싸 국민이 무료 해변으로 몰리고 있다. 가격을 낮추면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8월 중순 국경일 ‘페라고스토’를 맞아 해변 리조트로 인파가 몰려 도시가 텅 비는 것이 흔한 여름 풍경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비용 부담에 해변 여행을 취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예년의 활기를 잃었다.


    실제로 주요 해변 리조트의 6~7월 방문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5% 줄었고, 해변을 찾은 이들도 식음료 소비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변 클럽 협회 ‘아소발네아리 이탈리아’의 파브리지오 리코르다리 회장은 이에 대해 “높은 생활비와 구매력 저하의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탈리아 매체 안사통신에 “두 사람이 월급을 받아도 많은 가정이 월말까지 버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가·오락·휴가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로마 북쪽 산타 마리넬라의 무료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던 미셸 게라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왜 (파라솔 대여에) 하루 50유로를 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몇 년째 연봉은 그대로인데 모든 게 훨씬 비싸졌다”고 토로했다.

    이탈리아는 오랜 임금 정체에 더해 최근 물가 상승까지 겹치며 국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NYT는 “올여름 해변 파라솔과 선베드 요금은 국가적 분노의 대상이 됐다”며 “이탈리아인들이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던 여름 해변 휴가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해변 대신 산을 찾는 방문객들이 늘었다. 특히 돌로미티 산맥 등 일부 지역은 방문객 급증으로 ‘과잉 관광’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현지 매체 메사로는 “기후 위기로 여름이 점점 더워지면서, 산으로 피신하는 이탈리아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국인들에게 비싼 달걀 가격이 분노의 상징이었다면, 이탈리아인들에게는 해변 파라솔 가격이 그렇다”고 평가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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