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간) 종료됐다.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이 나온 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으나, 이 대통령 특유의 붙임성으로 화기애애한 장면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43분쯤부터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회담을 진행한 데 이어 오후 4시 33분께까지 확대회담을 이어가며 총 약 2시간 20분간의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소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상황 같다"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낸 직후 만난 자리였던 만큼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소위 '칭찬 세례'를 바탕으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생중계된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라고 여러 차례 높이 평가했다. "세계 지도자 중에 전 세계의 평화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님처럼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실제 성과를 낸 건 처음", "여러 곳에서의 전쟁들이 대통령님의 역할로 휴전하고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대통령님 덕분에 한반도 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었는데, 미국 정치에서 잠깐 물러선 사이에 북한이 미사일도 많이 개발했고 핵폭탄도 많이 늘어났다" 등 트럼프 대통령을 재차 치켜세웠다.
특히 이 대통령이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는 재치 있는 발언이 나온 대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큰 진전을 함께 이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또 "굿잡"이라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과거 한국 대통령들보다 "이 대통령의 접근법이 훨씬 좋다"며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양 정상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님의 꿈처럼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며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아주 소중한 우방이라고 생각하지만, 한일관계가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저는 위안부 문제가 과거에 몇 차례 해결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트럼프 대통령을 뵙기 전에 일본과 미리 만나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걱정할 문제를 미리 정리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회담 직전 팽팽한 긴장감을 감돌게 한 트럼프 대통령의 '숙청·혁명'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일단락됐다. 이 대통령도 "대한민국은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 지 얼마 안 된 상태고, 내란 상황에 대해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에 의해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특검 수사 과정에서 교회와 미군 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데 대해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것이 아닌, 그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의 통제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합의를 재협상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알래스카주 에너지 개발과 관련해 협력할 의중을 내비쳤다. 또 "한국은 우리 군사 장비의 큰 주요 구매국"이라면서 한국의 무기 구매 확대도 언급했다. 주한미군에 관한 질문에는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면서도 현재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기지가 위치한 부지를 미군이 소유하는 게 아니라 임차하고 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어쩌면 한국에 우리가 큰 기지(fort)를 갖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에둘러 압박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