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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에서 수십 년 보냈는데 어쩌나…어르신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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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에서 수십 년 보냈는데 어쩌나…어르신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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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장기판이 최근 철거됐다. 문화재적 가치를 고려한 원형 보존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노년층의 유일한 쉼터를 없앴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역사 보존과 주민 이용 가치가 충돌하면서 탑골공원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역사 공간 보존" 취지 강조
    종로구는 탑골공원이 조선시대 원각사 터이자 3·1운동 발상지라는 점에서 역사적 보존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장기판과 의자는 본래 시설물이 아니고, 훼손된 경관을 회복하기 위해 정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공원 안에는 보물 제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 등 다수의 문화재가 자리잡고 있다.

    인근 상인들도 장기판 철거가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문화재 관람과 더불어 인근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종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탑골공원이 깔끔해지고 관광객이 늘면 주변 상점 매출도 더 오를 것 같다”며 “역사와 상권이 함께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원형 복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 역사학계 전문가는 “탑골공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선 역사 현장”이라며 “노인 여가 공간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별도의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랑방 사라졌다” 어르신 반발
    어르신들의 반발은 거세다. 수십 년간 장기판 앞에서 시간을 보내던 노인들은 “이제 어디 가서 사람들을 만나느냐”며 허탈함을 토로한다. 서울 종로구 인근에 거주하는 70대 김모 씨는 “친구들과 모여 장기도 두고 이야기도 나누며 하루를 보냈는데, 갑자기 철거해버리니 갈 곳이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탑골공원의 사회적 기능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원이 단순한 문화재 보존 공간을 넘어 노인들의 관계망을 형성하는 장이었기 때문이다. 노년층 복지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철거만 강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역사 보존과 주민 이용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시키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도심 속 노인 여가 공간을 새로 조성하거나 인근에 장기판을 재배치하는 절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에 올바른 사회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는데 일부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해서 없애버린다면 그 자체로 행정 만능주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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