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제 투자한 HDPE 등이 효자 역할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유화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101억원이다. 예상대로 되면 2146억원 영업손실을 낸 2022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다. NCC 사업을 벌이는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등 국내 10개 회사(석유화학 부문 기준) 중 흑자가 예상되는 곳은 대한유화뿐이다. 증권업계는 대한유화의 내년 영업이익이 192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일등공신은 대한유화가 2018년부터 신사업으로 육성한 HDPE, PP다. HDPE는 포장재·대형파이프, PP는 자동차 범퍼·건자재 등에 들어가는 합성소재다. 이들 품목은 중국발 공급 과잉에서 한발 비껴 있는 데다 전기차 확산 등에 힘입어 수요가 늘고 있다.
1970년 정부 주도로 설립된 대한유화는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상징 같은 회사다. 1987년엔 민영화와 함께 공기업 물을 뺐다. 나프타에서 최대한 많은 양의 에틸렌을 뽑아내는 데만 신경 쓴 민간 NCC 업체들과 달리 생산 품목 다변화에 힘을 줬다. 정유업체의 전유물이던 BTX(벤젠·톨루엔·자일렌) 설비도 2008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석유화학 대호황기인 2010년대에 시작한 배터리분리막용 HDPE 시장에선 세계 1위(점유율 60%)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구개발(R&D)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다. 대한유화의 최근 10년간(2015~2024년) 매출의 0.21%(약 461억원)를 R&D에 썼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로 따지면 여천NCC(0.09%·283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
◇ NCC는 ‘버티기’ 전략
대한유화는 HDPE, PP 등으로 벌어들일 돈을 바탕으로 NCC 사업에서 버티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올 상반기 NCC 공장 가동률은 95%로, 70%대로 추락한 경쟁사 대비 독보적으로 높았다. 여천NCC와 SK지오센트릭이 NCC 공장 일부를 닫는 등 국내 에틸렌 생산량은 정체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춘 대한유화가 향후 초과 공급이 해결될 때까지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정부와 석유화학업계가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25%(연 370만t) 줄이기로 한 만큼 대한유화가 구조조정 이후 에틸렌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국내 에틸렌 생산량은 1038만t 안팎으로 국내 수요 861만t보다 177만t 더 많았다. 정부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유화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의 NCC 설비 인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은 정유사 SK에너지에서 나프타를 공급받고 있는데 두 회사가 합치면 SK에너지를 정점으로 NCC 수직계열화가 가능하다.
안시욱/성상훈 기자 siook95@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