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진 압박’을 받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한·일 정상회담 기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현지에선 이시바 총리가 외교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발표한 전국여론조사(22∼24일 실시) 결과를 보면,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39%로 지난달 조사(22%)보다 17%포인트 급상승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로 여전히 절반에 이르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부정적인 의견이 1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번 이시바 내각에 대한 지지율 상승폭은 요미우리신문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20년 9월 ‘퇴진 뜻'을 밝힌 뒤 이뤄진 조사에서 15%포인트 상승한 것이 최대치였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에 따라 이시바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필요 없다'는 응답률이 52%로 '그렇다'(42%)보다 높았다.
또 이시바 총리의 종전 80년 견해 발표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58%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27%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무응답 등이다. 이시바 총리는 올해 전후 80년을 맞아 각의(국무회의 격)를 거친 총리 담화를 검토하다가 옛 아베파 등 집권 자민당 내 보수세력 반발을 고려해 총리 개인의 견해를 발표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바 총리는 최근 연이은 정상외교 일정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22일 요코하마시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의장으로 참여했고,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한일관계를 미래 지향적이며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오는 25일에는 리셴룽 전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고, 29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이시바 총리는 이러한 외교 일정 등을 염두에 두고 주변에 "정치 공백을 만들 수는 없다"며 정권 유지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내에서 "총리 퇴진으로 정치 공백이 생기면 외교의 좋은 기회를 놓쳐 국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에서는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보수 성향인 고바야시 다카유키 의원은 "이대로라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이시바 총리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여론은 이시바 총리에게 갈수록 우호적인 분위기다.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총리 퇴진에 반대하는 견해가 우세하고 내각 지지율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쿄 국회 주변에서는 이례적으로 이시바 정권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차기 자민당 총재로 적합한 인물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24%)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21%)이 응답률 상위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