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고 상금대회다운 완벽한 코스였다. 24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우승상금 2억7000만원, 총상금 15억원)은 뜨거운 날씨에도 완벽한 코스로 선수와 갤러리들의 찬사를 받았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은 2019년부터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에서 열리고 있다. 매 대회 발전을 거듭하며 세 번의 연장과 세 번의 역전 승부 등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서울 강남에서 40~50분이면 도착하는 뛰어난 입지로 KL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가 모이는 대회이기도 하다.
올해는 역대 최고 잔디 컨디션으로 대회의 품격을 한번 더 높였다. 올해 한국잔디(중지)를 사용하는 골프장 대부분은 봄까지 이어진 눈으로 냉해를 입어 코스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역대급 불볕더위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벤트그라스를 이용하는 그린이 타버린 곳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포천힐스CC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과감한 투자를 했고, 선수들과 관계자들로부터 “올 시즌 최고 컨디션 골프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골프장 측은 올해 총상금이 작년보다 1억원 늘어난 15억원으로 결정되자 KLPGA투어 메이저급 대회에 걸맞은 코스 세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반이 진행되는 가든코스 4번홀(파3)과 6번홀(파3), 대회 때 후반 13번홀(파5)로 운영되는 팰리스 4번홀 그린을 전면 교체하는 대공사에 나서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 덕분에 대회 나흘 내내 스팀프미터 기준 3.2m 안팎의 빠른 스피드의 그린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대회 2022년·2023년 챔피언인 ‘원조 포천퀸’ 박민지는 “올여름 경험하지 못한 최고 컨디션이었다. 그린이 깨끗하면서도 빨라서 퍼팅 라인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최종 라운드에서 최고 60㎜까지 길게 기른 러프는 선수들의 미스샷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김민솔은 5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과 벙커 사이 긴 러프에 빠졌다. 웨지로 한번에 탈출하긴 했지만 핀 가까이 붙이는 데는 실패해 이 홀에서 보기로 1타를 잃었다.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웨지를 가장 잘 치는 선수로 꼽히는 노승희도 길고 질긴 러프에 발목 잡혔다. 7번홀까지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그는 8번홀(파4) 그린 옆 긴 러프에서 세 번째 샷을 쳤으나 러프에 채가 감기면서 공을 30㎝ 보내는 데 그쳤다. 이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이다연과 김민솔의 추격을 허용했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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