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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쪼개기 발행에 수상한 '부동산·CB' 맞거래까지 [로봇개 의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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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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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8월 27일 11: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2023년 1400억원 넘는 자금을 조달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자본금 1억원의 신생 비상장사가 이런 거액을 끌어모은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로봇 원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미국 고스트로보틱스과 3년간 국내 총판 계약을 맺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넉넉한 실탄을 가지고 인수한 코스닥 기업에서도 수상한 자금흐름이 포착된다. 한 주얼리 업체는 이 코스닥 기업에 부동산 자산을 넘기는 대신 전환사채(CB) 투자에 나섰다. 매각은 주변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이뤄졌다.


      금융감독원은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불법 자금모집을 도운 핀플루언서만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스트로보틱스가 6개월 동안 17차례나 쪼개서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전형적인 공모 규제 회피한 혐의가 있지만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복현 금감원장 시절, 로봇개의 대통령실 공급 관련 김건희 여사가 등장하는만큼 ‘봐주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주얼리 업체의 수상한 투자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스트로보틱스가 2023년 케이알엠(옛 다믈멀티미디어) 인수하면서 주요 투자자로 제모피아인베스트가 등장한다. 주얼리 도소매업체이자 부동산 투자사로 지난 정부 시절 급성장한 회사다.

      2023년 7월 제모피아인베스트는 케이알엠 CB 140억원치를 인수하고, 이와 별개로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한테서 케이알엠 CB 150억원어치를 추가로 사오기도 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한테서 가져온 CB 전환가는 5689원으로 당시 주가(8560원)보다 크게 낮았다. 아울러 케이알엠 주식 11만1400주를 주당 8988원(총 10억원)에 장내 매수하기도 했다. 제모피아인베스트의 전체 케이알엠 투자금은 300억원에 이른다.


      제모피아인베스트의 2021년 말 자기자본은 554억원 수준이다. 주로 부동산에 투자하던 이 회사가 갑자기 코스닥 CB에만 290억원을 쏟아부은 것이다. 이 투자금을 마련하는 과정도 석연찮다. 제모피아인베스트는 2023년 7월 서울 삼성동 부지 720.4㎡(218평)를 보유한 자회사 제모피아인베스트5호도 146억원에 케이알엠에 팔았다. 부동산 거래금액은 530억원이었는데 채무 390억원을 상계하는 식으로 거래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평당 거래가격이 2억4000만원대로 준주거지역 주변 시세보다 두배 가까이 비싸게 거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봇개 테마’에는 케이알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케이알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코스닥 상장사 소니드와 협력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2023년 3월 케이알엠 최대주주인 베노홀딩스, 라미쿠스로부터 지분을 인수했는데,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220만 주, 소니드가 51만 주, 주식회사 헤이먼이 29만 주를 각각 주당 1만원에 취득했다.


      케이알엠은 미국 본사인 고스트로보틱스를 사들이기 위해 자금을 곳곳에서 끌어왔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도 ‘실탄 공급’을 위해 케이알엠 CB 8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하지만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 대신 LIG넥스원이 2023년 12월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332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는 작년 7월 마무리됐다.

      케이알엠의 주가는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무산과 로봇 사업 차질이 겹치면서 작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인수 직후 1만28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4000원대까지 떨어져있다.


      하지만 제모피아인베스트는 손해 없이 CB 투자 원금을 회수했다. 작년 6월 CB 50억원어치를 장외 매도했다. 윤 대통령이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자 처분 속도는 가팔라졌다. 작년 12월 19일 풋옵션을 행사해 100억원을 회수했다. 올해 1월에는 보유했던 나머지 CB 전량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해 140억원을 받았다.

      소니드 역시 케이알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소니드는 2023년 6월 말 기준 케이알엠 2000만1686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작년 6월 말까지 이를 모두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CB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일부도 자금 회수에 나섰다. 2023년 말부터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케이알엠 CB를 잇따라 재매각했다. 2023년 8월에는 페트라신기술조합 등 7곳에 CB 328억원어치를 팔았다. 이어 11월에는 에드원신기술조합에 81억원어치를, 12월에는 보르도신기술조합 등 5곳에 247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이 투자조합 출자자 상당수는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CB 투자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투자자들이 조합을 통해 케이알엠 CB를 인수하고,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자사 CB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알엠 관계자는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CB를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이 케이알엠 CB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식 전환과 풋옵션 행사 등을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 케이알엠이 2023년 6월 발행한 800억원 규모 CB의 풋옵션 행사비율은 63.46%다. 나머지 CB 상당부분은 작년 6월부터 전환청구권이 행사돼 주식으로 전환됐다. 현재 CB 잔액은 약 103억원이다.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핀플루언서에만 집중된 금감원 조사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를 둘러싼 자금 흐름은 대통령실 로봇개 공급을 지렛대로 한 전형적인 ‘무자본 M&A’과 다름 없다. 제모피아인베스트 거래를 중심으로 CB 거래를 둘러싼 자금 흐름의 적정성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상장사 CB를 약 6개월 동안 17차례에 걸쳐 쪼개 발행해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1400억원 넘게 발행한 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짙다. 과거 공모 발행 회피 규제와 비교할 때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금감원은 49인 이하에게 청약을 권유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공모 규제를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서 엄격한 제재 잣대를 들이대왔다.

      금감원은 작년 9월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와 케이알엠 등의 불법 자금조달 의혹과 관련해 유튜버 A씨 등을 압수수색했다. 유튜버 A씨가 CB 모집을 주도한 행위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무등록·무인가 영업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최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기준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주요 주주는 백형욱 씨(13.13%), 고스트로보틱스(13.1%), 공현웅 씨(12.13%) 등이다. 과거 이종격투기 감독으로 활동했던 백 씨가 고스트로보틱스의 한국 진출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 씨는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대통령실 로봇개 공급을 매개로 이익을 취하려고 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눈에 보이는데도 아직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종목의 조사 진행상황에 대해선 밝히기 어렵다”면서 “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의 분량이 많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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