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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 로봇개 공급'…띄운 뒤 1400억 자금 모았다 [로봇개 의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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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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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에 로봇개 공급'…띄운 뒤 1400억 자금 모았다 [로봇개 의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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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8월 25일 09: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비상장기업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대통령실에 로봇개를 공급한 직후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14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금융 콘텐츠를 다루는 핀플루언서를 앞세워 불법으로 자금을 끌어모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자금은 코스닥시장으로 흘러갔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대통령실 로봇개 공급 직후 코스닥기업을 인수했다. 해당 기업 주가는 로봇 사업 기대로 한때 급등했다가 곤두박질쳤다. 실제 사업이 진척된 게 없어서다. 대통령실 로봇개를 보고 투자한 이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로봇개 띄운 뒤 자금 조달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비상장사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미국 로봇회사 고스트로보틱스의 국내 총판을 맡고 있는 회사다. 2022년 4월 설립됐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지난 2023년 1~6월 17회차에 걸쳐 1413억원어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CB 발행은 짧게는 3~4일, 길게는 한 달 반 간격으로 이뤄졌다. 공모 규제를 피하기 위해 CB를 쪼개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상 50인 이상에게 CB를 발행하기 위해선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금 모집은 구독자 13만 명을 보유한 투자 관련 유튜버 A씨가 주도했다. 운영하는 카페와 채팅방 등을 통해 홍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전환사채 투자를 주선한 것도 무등록·무인가 영업으로 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CB를 인수한 주체는 모두 개인투자자”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금 모집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대통령실에 로봇개를 공급한 이력이 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2022년 9월 서성빈 전 드론돔 회장을 통해 대통령 경호처에 3개월간 로봇개를 임대 공급했다. 서 전 회장이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와 총판 계약을 맺은 뒤 경호처와 계약했다.


      서 전 회장은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 인물이다. 로봇개 홍보가 필요한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측이 대통령실에 접근하기 위해 김 여사의 고액 후원자인 서 전 회장과 위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코스닥 상장사 다믈멀티미디어(현 케이알엠)를 인수했다. 총 420억원을 투입해 지분 21.45%(626만5040주)를 확보했다. 2023년 3월 기존 최대주주 베노홀딩스, 라미쿠스로부터 케이알엠 주식 220만 주를 총 220억원(주당 1만원)에 사들였다. 같은 달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신주 406만5040주를 주당 4920원(총 200억원)에 인수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기존 주주의 지출 없이 개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이뤄진 만큼 무자본 인수합병(M&A)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2023년 6~7월 케이알엠 CB 총 860억원어치도 인수했다. 케이알엠을 통해 미국 고스트로보틱스를 인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측이 세운 계획은 한 때 순항하는 듯 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인수하자 케이알엠 주가는 급등했다. 2022년 말까지 4000~5000원대를 맴돌던 주가는 경영권 변경 계약이 공시된 다음 날인 2023년 1월 31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8580원까지 올랐다. 케이알엠은 같은 해 3월 31일 최고가인 1만2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2023년 케이알엠 주가는 7000~1만원 대에서 등락을 이어갔다.
      지지부진한 로봇 사업
      2023년 말부터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돌연 미국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계획을 접었다. 그 대신 2023년 12월 LIG넥스원이 미국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315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는 작년 7월 마무리됐다.

      국내 로봇 사업에도 탄력이 붙지 않았다. 대통령실에 로봇개를 장기 공급하는 것은 일찍이 무산됐다. 서 전 회장이 윤 전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라는 사실이 2022년 언론 보도로 밝혀진 뒤 경호처에서 장기 공급 계약을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알엠의 로봇 사업 매출도 미미했다. 2023년 1100만원, 2024년 28억2200만원에 그쳤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작년 매출 88억원, 영업손실 102억원을 냈다.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의 실적은 LIG넥스원이 인수한 뒤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매출 133억원 순손실 121억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고스트로보틱스의 사업이 부진하면서 케이알엠과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매출도 크게 늘지 못한 것이다.

      케이알엠의 주가는 작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작년 케이알엠 주가는 첫 거래일 8840원으로 출발해 마지막 거래일 4380원으로 반토막 났다. 올해 8월 22일에는 476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가 인수하기 전인 2023년 초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CB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작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4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올해 1월에는 남아 있는 케이알엠 CB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해 총 60억원을 회수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CB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스닥에서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개인 투자자들이 약 700억원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현재 약 1150억원 CB가 남아 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말소 처리를 안 했을 뿐 실제 남아있는 CB 물량은 이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작년 감사보고서상 전환사채 잔액은 841억원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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