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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유통업계, '고효율 HVAC’로 탄소중립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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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유통업계, '고효율 HVAC’로 탄소중립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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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ESG] 나우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의 ‘필수 설비’인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이 식품·유통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 인버터 시스템 등이 장착된 고효율 HVAC를 사업장에 도입하면 기존보다 적은 에너지로 원하는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대형 물류시설과 생산시설을 갖춘 유통·식품사 입장에서는 전기료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근로자의 온열 질환을 예방하는 ‘일석삼조’ 효과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으로 열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효율 HVAC 도입률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VAC는 왜 중요해졌나

    HVAC는 원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필수로 꼽히는 설비다. AI 데이터센터에는 열을 대량으로 뿜어내는 서버 등이 많다. 이 열을 제때 식혀야 센터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냉각 시스템이 단 몇 분만 멈춰도 온도는 40℃ 이상 상승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이 고효율 HVAC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배경이다.


    그런 HVAC를 식품·유통업계가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서다. 신선식품 등을 다루는 식품사들은 열관리가 핵심인데, ‘전기료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갖춘 유통회사도 기후변화로 폭염이 잦아지면서 열관리가 점차 중요해지는 추세다.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효율적으로 열관리를 하지 못하면 탄소배출량이 증가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저해될 수 있다.

    동원그룹은 일찍이 HVAC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9월 LG전자와 HVAC 솔루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6곳의 사업장에 HVAC를 도입했다. 향후 5년간 4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HVAC 도입 사업장을 60여 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HVAC를 도입해 탄소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서기로 한 것이다. 동원그룹은 이를 위해 ‘HVAC 강자’인 LG전자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동원F&B, 동원로엑스, 동원시스템즈 등에 HVAC를 차례로 도입하고 있다.


    탄소중립 열쇠 된 HVAC

    가장 큰 효과를 본 건 동원F&B의 ‘유제품 허브’인 경기 수원공장이다. ‘덴마크 하이 요구르트’ 등 유제품은 살균 단계에서 원료 온도를 135℃로 올렸다가 15초 만에 40℃로 낮춰야 한다. 유산균이 잘 배양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제품을 출하할 때는 다시 4℃까지 낮춰야 한다. 단시간에 온도를 여러 번 조절하려면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만큼 탄소배출량이 늘어난다.


    동원F&B가 탄소배출량을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스크루 냉동기와 스마트 관제 시스템(BMS)을 갖춘 고효율 수랭식 HVAC다. 나사 모양 스크루 엔진 2개가 고온·고압 상태로 압축한 물을 냉각수로 식힌 뒤 팽창시키면 순식간에 온도가 낮아진다. BMS는 설비 운전 상태를 그때그때 최적화해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한다. 그 덕분에 수원공장의 에너지 소비량은 HVAC 도입 전보다 40% 줄었다. 동원그룹은 냉장·냉동식품을 다루는 동원로엑스 물류센터에는 고효율 HVAC를 활용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들였다.

    이런 식으로 동원그룹이 최근 1년간 줄인 탄소배출량은 1000톤이 넘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나무 한 그루가 연간 6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만큼 HVAC 도입으로 약 17만 그루를 심은 효과를 거둔 셈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축구장 70개 크기 숲을 조성한 것과 비슷하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HVAC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ESG 로드맵을 이행하기 위한 핵심 도구가 됐다”고 전했다.


    이상고온에 고효율 냉방 기술 주목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유통업체도 근로자의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고효율 HVAC를 앞다퉈 도입하는 추세다. 여름철 밀폐된 공간에서 고강도 작업을 하다 보면 온열 질환자가 늘어난다. 게다가 다층식 선반 구조인 물류센터는 내부 공기 흐름이 정체돼 온열 질환에 취약한 시설 중 하나다. 고효율 HVAC를 설치하면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업장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대표적이다. 최근 고효율 HVAC 중 하나인 차폐식 냉방 시스템을 전국 주요 센터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냉기 유출 방지 기능을 갖춘 구조물을 설치해 작업 공간을 밀폐한 뒤 냉기를 그곳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CFS는 또 물류센터 곳곳에 대형 실링팬이나 냉풍 파이프 등을 설치해 냉기를 퍼뜨리고 있다.

    유통업체 간 신선식품 새벽 배송 경쟁이 치열진 것도 고효율 HVAC 수요가 커진 배경이다. 신선식품을 상하지 않게 보관·배송하려면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저온 물류창고가 있어야 하는데, 스마트 인버터 등이 탑재된 고효율 HVAC를 적용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콜드체인 시장 규모는 2018년 49조 원에서 2028년 195조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이 커지자 이를 겨냥한 콜드체인용 HVAC도 나왔다. LG전자가 내놓은 ‘핫가스 스마트제상 유닛쿨러’는 냉매를 고온 기체 상태로 변환해 결빙을 없애고, 온도 센서를 활용해 필요할 때만 제상(defrosting)을 진행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고효율 HVAC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연간 폭염 일수(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는 2022년 10일, 2023년 19일, 2024년 33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7월에도 한 달의 절반(15일)이 폭염이었다. 길어지는 폭염으로 냉방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물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양을 추정하는 기후 지표인 냉방도일(Cooling Degree-Day, CDD)은 2022년 70.1도일(8월 기준), 2023년 104.5도일, 2024년 165.3도일로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HVAC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세계 HVAC 시장이 지난해 1659억 달러(약 231조 원)에서 2032년 2570억 달러(약 358조 원)로 54.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아 한국경제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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