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송이 가격은 오르던데 내 주식만 곤두박질치네.”
식품회사 오리온 주가를 보며 한 투자자가 남긴 푸념이다. 오리온의 주가는 최근 3개월새 약 15%가 빠졌다. 제품 가격을 올려가며 수익성을 내고 실적을 개선하는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오리온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0일 오리온은 실적 공시를 통해 상반기 기준 매출 1조5789억원, 영업이익 25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7.6% 늘었고, 영업이익은 2.4% 증가했다. 매출은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내수 침체 분위기가 깊어지고 원가 부담이 커지는 환경에서 식품업계가 매출을 키우는 것은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실적 공개 후에도 오리온 주가는 하락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리온 주가는 전일 대비 3~4% 가량 내린 가격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에도 오리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00원 내린 10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월(9일 기준·종가 12만6900원)과 비교하면 석달 새 주가는 9.3% 하락했다.
실적 증가세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내용을 뜯어보면 외형이 커진 것에 비해 수익성 둔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는 게 투자업계의 설명이다. 2분기 기준으로만 따로 떼어 보면 영업이익은 1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줄면서 주춤한 양상이다. 순이익은 717억원으로 5.9% 줄었다. 회사 측은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과 비용의 일시적 상승 영향 탓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증권사들은 오리온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는 분위기다. 성장세가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오리온에 대해 소비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15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내렸다. IBK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14만5000원에서 1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실적 흐름은 양호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오리온의 국가별 이익 증감률은 전년 대비 한국이 0.7% 소폭 늘었으나 중국 -0.6%, 베트남 ?11% 등 주요 시장 대부분이 부진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참붕어빵 곰팡이 사태 등 일부 제품의 품질 이슈가 발생해 반품 및 재고 폐기 관련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됐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해외 비중(매출 64%, 영업이익 67%)으로 과거 K푸드 대장 역할을 했던 오리온은 지난 2년간 성장이 부진하며 주가도 약세”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오리온 특유의 원가 절감에 가격 인상을 더하는 식의 마진 극대화 정책이 한계에 달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말 오리온은 초코송이와 비쵸비 등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올렸다. 오리온의 인상 발표에 따라 초코송이는 편의점 가격 기준 1000원에서 1200원이 되고 비쵸비 가격은 3000원에서 3600원이 됐다. 촉촉한초코(16.7%), 다이제초코(12%) 등도 값이 많이 인상됐다.
해외 매출 비중이 68%에 달할 정도로 크지만 초코파이·스낵·비스킷이라는 한정된 포트폴리오에 의존하는 것으로는 고마진 전략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냉정히 따지면 원가율 절감 효과가 정점을 찍었고 이제는 신제품 성공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지 않으면 장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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