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사흘 연속 하락하며 장중 3100선을 내줬다. ‘조방원’(조선·방위산업·원자력발전)과 인공지능(AI) 관련주 등 그동안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대표 주도주가 일제히 무너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할 때까지 당분간 국내 증시도 조정을 받은 뒤 4분기께 재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관측이다.
◇장중 맥없이 깨진 3100선

20일 코스피지수는 0.68% 하락한 3130.09에 마감했다. 장중 3079.27까지 밀리며 지난 7월 8일 이후 44일 만에 장중 3100선을 내줬다. 4월 말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았다. 개인 및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930억원, 2280억원어치 내다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이후 추가 상승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AI와 방산, 원전 등 기존 증시 주도 업종에 악재가 쏟아지자 투자자들은 앞다퉈 차익 실현에 나섰다. SK하이닉스(-2.85%), 한미반도체(-3.11%) 등 AI 반도체 관련주가 많이 흔들렸다. 미국에서 ‘AI 기업 거품론’이 갑자기 확산한 여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올해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합의로 인해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시장 진출이 막혔다는 소식에 원전주도 일제히 휘청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장중 14.12% 급락했다. 이후 한수원이 합작투자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낙폭을 줄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이 가까워지자 방산주도 힘을 잃었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2.01%, 1.33% 떨어졌다. 조선주에서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한화오션은 0.75% 하락한 10만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뒤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차익 실현을 야기하는 뉴스가 한꺼번에 나온 게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조정 후 4분기 재반등”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있는 점도 증시에 악영향을 끼친 요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달 미국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84.9%까지 낮췄다. 22일 주요 중앙은행장들의 연례 모임인 ‘잭슨홀 미팅’에서 나올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에 관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며 기존 안이 정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증시를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국내 증시는 당분간 조정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 저점은 지난 10년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인 10.3배(3097.43)를 밑돌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000선이 단기 1차 지지선”이라고 말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한두 달간 국내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며 “고점 대비 7~10% 빠진 2900이 지지선”이라고 했다.
3분기엔 숨 고르기를 이어간 뒤 4분기께 재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고용 둔화로 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유동성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에 증시가 재반등할 확률이 높다”면서도 “상장사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선 2분기 때와 같은 급등장이 재현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반등 땐 고점 대비 하락한 기존 주도주가 다시 올라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하반기 추가 수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등 LNG 관련 밸류체인(가치사슬) 관련주는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며 “조정장은 기존 주도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조언했다.
심성미/류은혁 기자 smsh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