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사원에게 "쾌청하다"의 뜻을 설명해줬다가 "조선족이냐"는 말을 들었다는 직장인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면전에서 조선족이냐는 소리를 들었다'라는 제목의 글이 퍼지고 있다.
작성자 A씨는 주말에 거래처 업무를 보러 신입사원 B씨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오늘 날씨가 쾌청하다. 빨리 일 마무리하고 근처라도 놀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B씨는 "대리님 어제 술 드셨냐"고 되물었다. '쾌청'을 술 마신 뒤 숙취 없는 상태라고 오해한 것이다.
A씨가 "쾌청은 날씨가 상쾌하게 맑다는 뜻"이라며 '쾌(快)'와 '청(晴)'의 의미까지 설명해줬지만, 신입사원은 곧바로 "대리님 조선족이세요? 한자를 엄청 잘 아신다"고 말했다.
당황한 A씨는 "우리 집안은 대대로 한국 사람"이라고 해명해야 했고, 이후 B씨는 "조선족이라고 해서 기분 나빴다면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A씨는 "쾌청이 그렇게 어려운 단어냐"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이 사연이 퍼지자 온라인에서는 "정성껏 설명해줬더니 조선족이라니 내가 다 화난다" "쾌청이 어려운 단어냐" "책을 읽지 않으니 언어 감각이 떨어진다" 등 분노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금일"을 금요일로, "사흘"을 숫자 4일로 오해하는 사례가 온라인을 달군 바 있다.
"우천 시"를 특정 도시 이름으로,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족보"를 '족발보쌈세트' 줄임말로 착각하는 경우도 보고됐다. 심지어 어린이집 안내문에 적힌 "금주"를 술과 관련된 표현으로 이해해 항의가 들어온 사례도 있다.
실제 통계도 문해력 저하를 보여준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 국어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2022년 8.0%에서 2024년 9.3%로 높아져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학교 3학년 역시 10% 이상이 기초 학력에 미달했다. 전국 교사 설문에서도 "학생 문해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응답이 92%에 달했다.
성인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성인역량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언어 능력 점수는 249점으로, 평균보다 11점 낮았다. 언어와 수리, 문제 해결 능력이 모두 OECD 평균을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