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위 로켓배송’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제패한 쿠팡이 ‘퀵커머스’ 사업 확대에 나섰다. 동네 슈퍼, 안경점, 철물점, 꽃집 등을 플랫폼에 입점시켜 30분~1시간 만에 배송해주는 사업이다. 도심 물류센터에 미리 쌓아둔 일부 생필품에 한해 배달해주는 컬리 등과 다른 전략이다. 쿠팡이 전국 익일·새벽배송에 이어 동네 1시간 배송 등 전체 장보기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동네 슈퍼·꽃집·철물점도 입점
1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이달 들어 서울 강남구에서 시범 운영하던 ‘쇼핑’ 카테고리를 서초구, 마포구 등으로 확대했다. 향후 서울 전역으로 넓힐 예정이다. ‘쿠팡이츠 쇼핑’은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30분~1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다. 과일·채소, 정육, 반찬뿐 아니라 의류, 안경, 골프채, 공구 등 배송 가능 품목도 다양하다. 동네 슈퍼 등 소상공인을 플랫폼에 입점시킨 후 50만여 명의 쿠팡이츠 라이더가 상품을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쿠팡이츠는 ‘9.8%’라는 프로모션 기간 한정 수수료를 앞세워 입점 업체를 늘리고 있다.
쿠팡이츠의 전략은 퀵커머스 선두주자인 배달의민족, 컬리 등과는 다르다. 컬리는 도심 곳곳에 물류센터(MFC)를 두고, 사전 매입한 품목에 한해 1시간 내로 배송한다. 상품 가짓수(SKU)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배민도 도심 내 유통센터(PPC)에 미리 보관해둔 상품을 배달해주는 ‘B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GS더프레시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상품을 배달해주는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쿠팡이츠처럼 소상공인까지 적극 입점시키지는 않는다. 네이버의 ‘지금 배달’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쿠팡이츠의 전략은 상품 가짓수를 단기간에 늘릴 수 있는 데다 별도 물류센터 투자 없이도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쿠팡이츠는 동네 가게에서 중개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다. 소상공인은 쿠팡이츠 입점을 통해 판로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새벽배송 이어 30분 배송도
쿠팡은 전국 단위의 익일·새벽배송은 쿠팡 앱으로, 동네 단위의 1시간 배송은 쿠팡이츠 앱으로 이원화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부터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음식 배달’을 시작해 음식 배달업계 2위에 올랐다. 앱 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146만 명으로, 1위 배민(2313만 명)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간 신용카드 결제액은 올해 1월 5861억원에서 지난달 6751억원으로 증가했다.쿠팡이츠의 퀵커머스 사업은 ‘슈퍼 멤버십’ 전략과 맞닿아 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하나로 새벽·익일배송부터 무료 음식 배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누릴 수 있게 해 소비자 이탈을 방지하는 ‘록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이번 동네 단골 가게 배송 서비스를 더했다. 쿠팡은 지난해 멤버십 비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지만 와우 회원은 2023년 1400만 명에서 지난해 말 150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리스크도 있다. 쿠팡이츠는 동네 음식점에 과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플랫폼에 종속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올해 4월 음식점 중개수수료를 기존 9.8%에서 2.0~7.8%로 내렸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 입점 업체가 늘고 업종이 더 다양해진 만큼 향후 비슷한 논란이 확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