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반국도의 설계·시공 단계 건설사업관리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국토교통부와 지방국토관리청에 주의 촉구와 제재 및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차선 공사 완료된 뒤 확인도 안해"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차선 도색 공사에서 비 오는 날 재귀반사성능(어두운 도로에서 자동차 전조등에 의한 반사성능) 기준을 권장사항으로 두거나 내용 자체를 명시하지 않은 채 공사 계약을 체결해온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됐다. 시험 시공 없이 차선을 설치하도록 허용하고 시공후 반사 성능 측정도 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시공 관리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감사원이 9개 국도 공사 현장에서 적게는 105곳, 많게는 1378곳의 반사 성능을 실측한 결과 습윤상태에서 재귀반사성능이 최소 20.7%에서 최대 100%까지 기준에 미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선~북면간 2차로는 시설개량공사 후 601곳을 측정한 결과 모든 곳(100%)에서 반사성능이 기준에 미달했다. 감사원은 야간이나 우천 시 차선 시인성 부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계속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선 시인성 관련 민원 건수도 2019년 55건에서 2023년 112건으로 늘어났다.
주민반대 무시하다 뒤늦게 노선 변경...재정, 시간 낭비
부실한 사업 관리로 공사가 장기 지연되고 예산이 낭비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국토교통부와 지방국토관리청이 2021년 이후 착공된 일반국도 34개 사업 중 33개(97.1%)를 용지 보상 없이 착공했고, 그 결과 15개 사업(44.1%)이 당초 계획 대비 공사 진행률이 절반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건설을 추진한 고성~통영 국도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도로가 마을과 초등학교에 인접해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고 반대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착공했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공사가 지연되자, 결국 뒤늦게 노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2024년 5월 준공 예정이었던 공사는 3년 이상 지연될 처지에 놓였다.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시행한 '춘천~화천 건설공사'의 경우 시공사가 터널 지반이 약한 것을 알고도 공사를 강행하다가 터널이 붕괴됐음에도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공법 변경을 승인해 약 12억6620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경우 남해 서면~여수 신덕 국도 건설공사 턴키 사업에서 시공사에 부당하게 공기 연장과 공사비 절감 혜택을 준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업 시공사 컨소시엄은 입찰 당시엔 예정보다 공사 기간을 13개월 단축하고, 터널 굴착으로 나오는 암석의 90%를 매각해 발주청의 수입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시설계 과정에서 시공사는 발주청의 승인 없이 이 중요 사항을 임의로 변경해 이득을 취했다.
감사원은 국토부를 비롯해 부조리가 적발된 5개 지방국토관리청에 사업관리 강화와 함께 관련자 징계, 건설업체 제재, 공사비 환수 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