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19일 발간된 어느 증권사의 CJ CGV 종목 보고서 제목이다. 국내 박스오피스의 부진한 성적에 주가가 장기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흥행 영화 부재와 재무 부담 등 탓에 향후 전망도 어둡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0분 기준 CJ CGV의 주가는 전날 대비 25원(0.53%) 내린 4715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최근 꾸준한 약세였는데, 지난달 17일부터 전날까지 한 달간 낙폭만 7.6%에 달한다.
이 회사 주가의 정점은 약 10년 전인 2016년이었다. 그해 1월25일 주가는 장중 14만1500원을 기록하는 등 영화관 산업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로는 뚜렷한 반등 없이 내리막을 거듭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으면서 추락세가 굳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반등 신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단 점이다. 증권가의 눈높이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CJ CGV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는 전부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내렸다.
CJ CGV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3%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14.3% 늘어난 4916억원이다.
2분기 국내 영화 사업은 매출액이 26.8% 감소한 141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17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흥행작 부족으로 전국적으로 영화시장이 위축된 영향이라고 회사는 분석했다. 대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에서 호실적을 거두며 겨우 흑자 기조는 유지했다.
해외보다 부진한 국내 박스오피스 성적이 주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중급' 규모의 작품들이 선방하면서 방어했지만 시장 침체와 흥행작 부족으로 본사 실적이 급감하며 적자폭을 키웠단 분석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4079억원, 관객 수는 425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2%, 32.5% 감소했다"며 "흥행성적이 '파묘'와 '범죄도시' 등 두 편의 천만영화가 나왔던 지난해에 미치지 못했다. 할리우드 대작들의 흥행 성적도 기대 대비 아쉬웠다"고 짚었다.
정부의 소비 활성화 조치도 만성적인 침체 현상을 끊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정부는 침체된 영화계 진흥을 위해 271억원을 들여 영화관 6000원 할인권 450만장을 배포했다. 지난 17일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김혜경 여사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를 찾아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을 관람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정종민 CJ CGV 대표에게 "소비쿠폰으로 관객이 좀 늘었느냐"고 물었고, 정 대표는 "발행된 영화 관람 할인권 중 약 40%가 소진됐다"고 답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에 따른 영화관 입장권 할인 쿠폰 발행과 일부 작품의 400만 관객 돌파로 분위기가 살아났지만 유의미한 수요 회복은 여전히 없는 상황"이라면서 "재무 상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데다 상반기 실적을 반영해 눈높이를 낮춘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의 목표주가를 기존 5800에서 52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 '홀드'(중립)도 유지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실적 호조에도 국내와 중국 시장의 구조 개선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3% 낮췄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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