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했던 4가지 요건(소정 근로의 대가성, 일률성, 정기성, 고정성) 중 ‘고정성’ 요건을 더 이상 통상임금 판단기준으로 보지 않았다. 그에 따라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고정성을 요건에서 제외하면서, ‘재직 조건’이 붙어 있어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만,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시에 재직 조건 자체의 효력은 인정하고, 조건의 효력 문제와 통상임금성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고정성이 통상임금을 다른 일반적인 임금이나 평균임금과 확연히 구분짓는 요소라고 판단했는데,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소에서 제외하고 ‘소정근로 대가성’이 통상임금의 본질적인 판단기준이라고 보았다. 과거 통상임금에 대한 판결에서는 대부분 ‘고정성’ 위주로 판단이 이뤄졌고, ‘소정근로 대가성’에 대한 본격적인 판단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래에서는 ‘소정근로 대가성’과 관련한 이슈를 살펴본다.
<i>#쟁점 1: 재직 조건과 소정근로 대가성</i>
문제는 재직 조건이 붙은 임금이 과연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아닌지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지급일 현재 재직 여부만으로 지급이 갈리는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성을 부정했다. 반면,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근로계약에 따라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므로, 어떠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컨대 1년에 1번 지급되는 김장보조비처럼 지급주기가 긴 수당의 경우 문제가 다르다. 지급일 전날 하루만 근무해도 전액이 지급되는 반면, 360일 근무 후 지급일 직전 퇴직하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수당을 ‘소정근로의 대가’로 볼 수 있을까? ‘소정근로의 대가’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관하여 사용자와 근로자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이다(대법원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그렇다면 1년에 1번 지급되는 수당의 조건이 오로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일 것이라면, 이러한 수당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관한 금품’이 아니라 지급일에 재직하기만 하면 소정근로와 상관없이 사용자가 복리후생 차원의 지급으로 보아 ‘소정근로의 대가’가 부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재직 조건과 지급주기의 특성에 따라 소정근로 대가성 판단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i>#쟁점 2: 개인연금 지원금과 조건부 수당</i>
근로자가 개인연금보험에 가입하면 회사가 개인연금보험료의 일정부분을 부담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개인연금 회사지원금은 개별 근로자가 개인연금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중도해지할 경우 지급되지 않는다. 이러한 개인연금 회사지원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하급심 판결에서 결론을 달리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연금 회사지원금은 소정근로의 제공 외에 개인연금보험 가입 또는 유지 여부라는 별도의 조건으로 지급되는 것이므로,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전고등법원 2019나14651 판결 등).
비슷하게, 무사고수당이나 서비스수당처럼 추가적인 자격 요건(사고 미발생, 고객불만 미접수 등)이 붙은 임금도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부정되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최근 대법원 역시 택시회사에서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대인·대물 피해가 발생한 중대 교통사고 유발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정한 경우, ‘중대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소정근로 제공 외에 추가적인 자격요건 달성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것이므로 소정근로 대가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2다257238 판결).
<i>#쟁점 3: 성과급과 경영성과급</i>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소정근로 제공 외에 별도로 일정한 업무성과 달성 등이 요구되므로 소정근로의 대가성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이러한 성과급도 최소액이 보장되어 있다면 그 한도에서는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도 과거에는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었다. 그러나 이제 고정성 요건은 폐기되었지만, 경영평가성과급은 지급여부나 금액이 경영성과에 따라 달라지고, 소정근로 제공만으로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 사기업의 경영성과급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기업의 경영성과급의 ‘임금성’(평균임금)은 하급심 판결의 결과가 엇갈리고 있지만, 소정근로 제공 외에 특별한 조건(영업이익, 매출액, 기업이 설정한 목표 등)을 달성해야 지급여부, 지급액이 결정되므로,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부정되어 통상임금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i>#기업 실무 시사점</i>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고정성 요건을 폐기해 통상임금 범위를 넓혔지만, 동시에 ‘소정근로 대가성’이라는 본질적 기준을 강화했다. 결국 통상임금 논쟁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이다.
▷재직 조건부 수당이나 장기 지급주기 수당은 ‘소정근로 대가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지만 여전히 위험 요소가 있다.
▷복리후생 성격의 지원금도 통상임금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과급, 경영성과급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지급 조건, 방식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각 수당·지원금 항목이 소정근로의 대가인지 여부를 재검토하고, 임금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