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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비매너에 무너진 세계적 예술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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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비매너에 무너진 세계적 예술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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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이스 연광철(사진)이 무대에 서자 관객들은 순식간에 숨을 죽였다. 그가 따뜻한 호흡을 불어내듯 작은 소리로 노래하면, 콘서트홀은 진공 상태가 됐다. 객석을 채운 공기와 관객의 시선마저 그에게 빨려 들어가 함께 호흡했다. 그의 무대는 공연 내내 압도적으로 훌륭했지만, 객석의 반복된 소음이 옥에 티였다.

    연광철은 이번 무대를 통해 독일과 한국을 잇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압축해 선보였다. ‘Dichterlied’(시인의 노래)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두 나라의 시로 쓰인 가곡을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그는 괴테의 시에 음악을 입힌 슈베르트의 예술가곡 세 곡으로 공연을 열었다. ‘가사를 두 번 반복할 때 표현이 달라야 하는 것’이 성악계의 정설인 것처럼, 슈베르트의 비밀에서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다’라는 가사를 처음은 의문을 제기하듯, 두 번째는 답을 찾아 확신을 갖게 된 듯 노래했다.


    브람스가 연모하던 클라라 슈만의 죽음을 겪고 쓴 ‘네 개의 엄숙한 노래’의 제1곡은 피아니스트 박은식의 섬세한 전주가 백미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터치로 첫소리를 제시했고, 연광철은 특유의 깊은 울림으로 노래했다. 아름다움과 엄숙함의 대비가 극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연광철이 김동진의 ‘수선화’를 부르던 중 피아니시모로 내뿜은 호흡과 가사로 뱉은 시, 공간을 울려낸 음(音)만이 장내를 가득 채운 순간, 객석에서 울린 휴대폰 알림음이 노래하던 성악가의 주의를 뺏었다. 하지만 베테랑 성악가의 대처는 탁월했다. 연광철은 마지막 소절을 이날 들려준 울림 중 가장 여린 세기로 노래하며 자신의 음악을 완성했다.


    공연의 2부에선 괴테의 소설을 기반으로 쓰인 ‘하프 연주자의 노래’ 세 곡을 선보였다. 연광철이 펼친 무대는 압도적이었지만, 청중의 반복된 실수가 옥에 티였다. 연광철이 하프 연주자의 노래 중 제3곡에서 격정적인 감정을 토해내려는 순간, 또 휴대폰 벨 소리가 터져 나왔다. 2부 마지막 무대에선 한 관객이 녹음 버튼을 눌러 발생한 알림까지 이어졌다.

    비매너 관객의 방해에도 연광철은 끝까지 흔들림 없이 음악을 완성했다. 마이크도, 화려한 조명 장치도 없이 그랜드 피아노와 종이 악보만으로 공연장을 울려낸 그의 공연은 ‘성악’이라는 장르의 본질을 일깨우기 충분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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