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8일 11: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SK에코플랜트의 환경자회사(리뉴어스·리뉴원)를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꼽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한다. SK에코는 비핵심 포트폴리오 정리를 통해 반도체·AI 등 하이테크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 자회사 리뉴어스(지분 75%)와 폐기물 처리 자회사 리뉴원(100%)을 KKR에 넘기기로 하고 19일 이사회을 열어 해당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매각가는 기업가치 100% 기준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희망 가격은 100% 기준 2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1조8300억원으로 낮아졌고, 이후 KKR의 추가 조정 요청에 따라 최종 매각가가 현재 수준에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KKR은 국내외 PEF 중 국내 폐기물·수처리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딜은 '인프라 딜 전문가'로 꼽히는 김양한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KKR의 아시아·태평양 인프라 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2019년 KKR에 합류한 이후 SK E&S에 2조4000억 원을 투자한 딜을 담당했다. 태영그룹과 함께 국내 최대 폐기물업체인 에코비트를 공동 출범시키고, 올해 초 이를 IMM 컨소시엄에 약 2조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전후 건설사에서 친환경·ESG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환경 부문 투자를 확대했다. 2020년 어펄마캐피탈로부터 리뉴어스(옛 EMC홀딩스)를 약 1조5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대원그린에너지·새한환경·디디에스 등 폐기물 처리 업체 8곳을 8256억원에 사들여 ‘리뉴원’으로 합쳤다. 환경 부문에만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운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실적은 부진했고, 인수 과정에서 불어난 차입 부담까지 겹치면서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폐기물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폐기물 처리단가가 줄면서다. 인수 과정에서 불어난 차입금으로 연 3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자부담이 쌓이면서 사업부의 통매각을 진행하게 됐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9조3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늘었고 영업이익은 2346억원으로 49% 증가했지만, 순손실은 958억원으로 전년(456억원)과 비교해 2배 가량 늘었다. 이는 자회사인 리뉴어스와 리뉴원의 실적 부진이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리뉴어스와 리뉴원의 순손실 규모는 각각 305억원, 989억원이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솔루션 기업’이라는 청사진을 접고 SK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중인 반도체 중심의 하이테크 분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SK㈜로부터 SK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기업 에센코어를 넘겨받고 올해 5월에는 SK머티리얼즈계열 4개 소재 자회사까지 품으며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환경사업 외에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업 SK오션플랜트(지분 37.6%) 매각을 검토 중이며, 산업용 가스 자회사 SK에어플러스의 가스 제조 설비와 CCU(이산화탄소 전환) 사업부를 분리해 유동화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SK에코는 비핵심사업 정리로 재무 구조를 개선해 내년께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2022년 프리IPO 에서 약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2026년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최다은/차준호 기자 ma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