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이제 기업의 경영활동에 통합되는 추세다. 기업들은 이해관계자와 ESG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윤리적이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며 홈페이지와 기업 소개에 ESG 경영을 포함하고 있다. ESG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 전략과 결합해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로 5회를 맞은 〈한경ESG〉 대표 기획 ‘ESG 브랜드 조사’는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소비자이자 투자자인 일반인 3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연결 기준 매출액 150대 기업의 브랜드 순위를 확인해왔다.

㈜LG, ESG 브랜드 왕좌 ‘굳건’...
LG계열사 톱 5에 3곳 이름 올려
올해 브랜드 조사 1위는 지난 3년간 왕좌를 지킨 ㈜LG가 차지했다. 지주회사인 ㈜LG가 포함된 2022년 조사 이후 LG는 줄곧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도 132.4점으로 지난해 대비 16.9점 올랐다. 1위부터 4위까지는 지난해 조사와 동일하게 순위 변동 없이 ㈜LG, 삼성전자(103.7점), LG전자(89.3점), LG생활건강(81.6점)이 이름을 올렸다.
소비자들은 크게 논란이 될 이슈가 없고, 인지도가 높으며, 선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한국 대표 기업을 ESG 브랜드로 선정했다. 또 ㈜LG와 삼성 그룹사에 대한 ESG브랜드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주회사인 ㈜LG를 비롯해 계열사 중 3곳이 톱 5에 이름을 올렸다.
5위에는 네이버(72.6점)가 올랐다. 2021년 첫 조사에서 9위에 오른 네이버는 6위(2022년, 2023년)→8위(2024년)를 거쳐 5위로 가장 높은 등수를 받았다. 네이버는 한국 대표 IT 기업이자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과 소비자 친화적 서비스 개발로 ESG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6위는 GS에너지(64.7점)로, 지난해보다 7계단 뛰어올랐다. GS에너지는 2023년 9위로 진입한 이후 지난해 13위로 밀려났다가 다시 10위권에 안착했다. ㈜GS의 에너지 전문 사업 지주회사로서 계열사들이 열병합발전, LNG 복합화력발전은 물론 태양광·풍력, 청정 수소, 순환자원 사업에 진출했다. 국내 대표 에너지 기업인 ㈜GS 그룹사에 대한 신뢰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7위인 삼성SDI(63.1점)와 9위인 LG에너지솔루션(61.7점)은 모두 친환경 사업의 선두 주자인 배터리 업종 기업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SDI는 2022년 10위에 오른 뒤 2023년 5위에 선정되었고, LG에너지솔루션도 LG화학으로부터 분할하고 2022년 단숨에 4위에 오른 뒤 10위(2023년)→9위(2024년) 등 10위 안팎에 지속적으로 랭크돼왔다.
8위인 신세계(62.2점)는 LG생활건강과 함께 소비재·유통 기업으로서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2021년 첫 조사에서 12위로 진입한 후 7위(2022년, 2023년)→10위(2024년)→8위(2025년)로 10위 안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유통업계 내 친환경 인증을 선도한 것이 좋은 평가의 원인으로 보인다.
10위인 현대자동차(58.8점)는 2021~2023년 조사에서는 20위 안에 랭크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4위에 오른 뒤 올해 10위까지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전동화 모델로 발전을 꾀하며 ESG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공급망 관리 및 상생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소비자, 친환경 브랜드 주목...글로벌 평판 등도 고려
업종으로 보면 전자와 IT, 에너지, 배터리, 소비재, 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자 친환경 브랜드가 랭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ESG 중에서도 해당 업종이 ‘환경’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지에 주목했다. 에너지와 배터리, 자동차 등 친환경 전환에 기여하는 핵심 업종이 톱 20위 안에 들었다. 특히 네이버의 순위 상승은 AI로의 전환, AX까지 고려해 차세대 ESG로의 핵심 키로 낙점했음을 알 수 있다.
20위권으로 확대하면 11위의 LG이노텍과 15위 포스코, 17위 한화솔루션, 20위 에코플랜트가 눈에 띈다. 11위 LG이노텍은 글로벌 부품 기업으로서 지난해 조사에서 15위로 진입한 이후 4계단 오르며 글로벌 수준의 ESG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2021년 첫 조사 이후 10~20위권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2021년 10위에 진입한 이후 13위(2022년)→8위(2023년)→12위(2024년)→15위(2025년)로 순위가 바뀌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 기업이지만, 최근 친환경 전환 속도가 높지 않은 것이 최근 순위 변동의 원인으로 보인다.
17위에는 한화솔루션이 안착했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15위에 진입해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뒤 16위(2024년)→17위(2025년)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과 화학 산업을 영위하는 업종의 특성상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한화 그룹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18위는 SK이노베이션이다. 2021년 첫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인 SK이노베이션은 2022년부터 14위로 내려와 16위(2023년)→17위(2024년)→18위(2025년)로 20위 내 순위를 유지해왔다. 14위인 LG화학과 함께 친환경 전환에 전력을 다하는 화학 업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20위인 SK에코플랜트 역시 2022년 SK이노베이션과 한 계단 차이인 15위에 진입한 후 올해 20위로 랭크되며 폐기물 재활용 업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산업 중심으로 기업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하며 사업 확장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IT·전력·방산업체, 순위 급상승으로 눈길 끌어
7위 삼성SDI(37계단 상승)
삼성SDI는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영위하며 배터리 재활용 및 원자재 회수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현지 합작법인 및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업황 악화가 점쳐지던 지난해 조사에서 순위가 크게 떨어졌으나 1년 만에 10위권에 복귀하며 성장 저력을 인정받았다.
23위 카카오(18계단 상승)
카카오는 18계단 상승해 이목을 끌었다. 2021년 첫 조사에서 6위, 2022년 8위로 높은 순위를 유지했던 카카오는 개인정보 유출과 수사 포화를 맞으며 2023년 10계단 떨어진 18위, 2024년 조사에서 무려 23계단 떨어진 41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는 18계단 상승한 23위에 오르며 반전의 신호탄을 올렸다. 카카오는 2023년 RE100 가입 및 재생에너지 전환과 장애인 대상 서비스 접근성 향상, 소상공인 상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36위 LS전선(21계단 상승)
LS전선은 지난해 대비 21계단 뛰어오르며 주목받았다. LS전선은 전력 전달의 핵심이 되는 초전도·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하는 기업으로서 친환경 전환의 필수 업종이다. LS전선은 최근 AI·데이터센터 건설의 핵심이 되는 전력망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에서의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해상풍력과 HVDC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해저 전력 케이블 공급에 6억8000만 달러를 투입하는 프로젝트를 2025년 착공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42위 한화에어로스페이스(30계단 상승)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조사에서 30계단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항공·방산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 흡수 합병, 한화 방산 부문 인수, 비방산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한 사업 재편 후 2023년, 2024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에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핵심 사업자로서 역할을 할 예정이다.
투자 경험 있는 소비자, 10명 중 9명꼴로 ESG 인지

〈한경ESG〉는 매년 ESG 브랜드 조사를 통해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ESG에 대한 인지율을 묻고 있다. 올해 ESG 인지율은 82%로, 지난해 79%보다 3%p 올랐다. 2022년 첫 조사에서 69.2%였던 인지율은 76.2%, 79%로 점차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10명 중 8명은 ESG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하면 ‘들어본 적 있고 내용을 어느 정도 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가 각각 1.7%p, 2.2%p 늘었다. ESG에 대해 인지도가 늘고 관심이 더욱 커지는 양상을 알 수 있다.
특히 투자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ESG에 대해 인지하는 비율은 90.6%에 달했다. 투자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ESG에 대해 잘 인지하는 비율은 무려 10명 중 9명꼴이다. 투자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ESG에 대해 잘 인지한 비율도 62.4%로, 투자 경험 없는 소비자(24.9%)보다 높았다. 대부분의 투자 경험 있는 소비자가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ESG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잘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에 대한 속마음은 ‘중요한 일이다’가 41.9%로 가장 높았다. ‘더 알고 싶다’는 27.3%, ‘나도 무엇인가 동참하고 싶다’는 25.1%다. 연령별로 ‘동참하고 싶다’는 응답에는 30대(29.2%)가 가장 높은 응답을 했고, ‘더 알고 싶다’에는 상대적으로 ESG 인지율이 낮았던 60대 이상이 가장 높은 응답률(33.3%)을 보였다. ‘중요한 일이다’라는 응답자는 20대(44.5%)가 가장 높았다.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이미지가 좋아진다’에 ‘그렇다’나 ‘매우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은 78.7%로 나타났다. ‘응원하고 싶어진다’는 75.4%, ‘신뢰감이 생긴다’는 76.2%, ‘해당 제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71.2%로 나타나 대체로 70% 이상의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기업의 ESG 활동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지난해에 이어 ‘기후변화 대응’(43.7%), ‘자원절약과 재활용’(35.8%),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확대’(34.0%)가 톱 3로 꼽혔다. 4위인 ‘재생에너지 이용’(28.0%)까지 더하면 환경 관련 대응이 1~4위로 소비자들은 기업의 환경 대응을 기업의 우선순위로 주문했다. 다음으로 ‘윤리경영’(26%), ‘인권·노동 관행 개선’(23.3%), ‘소비자 보호’(19.3%), ‘산업 안전’(18.8%) 등 사회 이슈가 뒤를 이었다. 투자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확대’(35.5%)를 ‘자원절약과 재활용’(34.7%)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