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구속 여부를 두고 12일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김 여사 측이 팽팽히 맞섰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주요 혐의의 중대성과 함께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내세워 김 여사의 구속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묵묵부답’ 법정행…남부구치소서 대기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정재욱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사법연수원 30기) 심리로 진행됐다. 심사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전직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321호 법정에서 이뤄졌다.
심사 시간보다 40분가량 이른 오전 9시26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김 여사는 “명품 선물과 관련해 사실대로 진술한 게 맞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엑셀 파일’을 본 적이 있나” 등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특검팀이 오후 1시까지 3시간가량 변론을 했고 뒤이어 김 여사 측이 약 1시간30분간 방어에 나섰다. 김 여사는 최후 진술에서 “결혼 전 문제까지 계속 거론돼 속상하다. 판사님께서 잘 판단해 달라”는 심경을 짧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변론은 오후 2시40분께 종료됐고 김 여사는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해 구인 피의자 거실에서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했다.
김 여사는 심사 종료 후 “세 가지 혐의 모두 부인했나” “가방, 시계 등 모두 받지 않았다는 입장인가” 등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김 여사는 미결 수용자 신분으로 즉시 수감 절차를 밟는다. 전직 대통령 부부의 동시 수감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나토 목걸이’ 의혹, 증거 인멸 근거”
이날 심사에 특검팀 측에선 한문혁 부장검사(36기) 등 8명이 참석했다. 한 부장검사는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를 주도했고, 이달 6일 김 여사 대면조사에서 이 사건 신문을 맡았다.특검팀이 김 여사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크게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씨 공천 개입 의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 등 세 가지다.
특검팀은 심사 직전 법원에 제출한 847쪽 분량 의견서에서 상당 부분을 증거 인멸 우려에 할애했고, 심사 당일에도 해당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여사가 대면 조사 때 이른바 ‘나토 목걸이’와 관련해 거짓으로 해명한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석차 해외 방문길에 올랐을 때 착용한 6000만원 상당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에 대해 2010년께 홍콩에서 구입해 모친에게 선물한 모조품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반클리프아펠 측에 이 모델의 최초 출시 시점이 2015년이라는 점을 확인했고, 김 여사가 은폐한 진품이 대가성 뇌물일 가능성을 의심해 전날 서희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서희건설, 金여사에 사위 인사청탁
수사 결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측근이 2022년 3월 대선 직후 이 목걸이와 같은 모델 제품을 구매한 기록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재산 신고 누락 의혹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하며 논란이 확산하자 김 여사는 목걸이를 서희건설에 돌려보냈다. 이 회장이 김 여사를 만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도 자수서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검사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같은 해 6월 3일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오정희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서희건설로부터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전달했다’고 인정하는 취지의 자수서와 이 목걸이 진품 실물을 제출받았다”며 “(영장심사 재판부에) 목걸이 진품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가품을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희건설이 김 여사에게 청탁용으로 건넨 목걸이의 진품을 임의 제출 형태로 압수했고, 이를 가품으로 ‘바꿔치기’한 정황이 수사 방해, 증거 인멸 행위라는 논리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여사 측은 주요 혐의에 대한 부인과 함께 특검 수사가 무리였다는 취지로 방어 논리를 폈다. 소환 조사에 성실히 임한 점, 도주 사유가 없는 점, 건강상 이유 등도 구속 필요성이 낮다는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서우/정희원 기자 suw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