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첨단세포치료제 임상에 큐로셀이 뛰어들었다. 과학적 임상 근거가 하나둘 쌓이면서 ‘고가 맞춤형 치료제’라는 한계 때문에 사업 확장이 까다로웠던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외연이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일 큐로셀이 신청한 루푸스병에 대한 임상 1/2상 계획(IND)을 승인했다. 기존에는 혈액암에서만 적용되던 CAR-T 치료제를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응증을 확장한 사례로,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루푸스병 치료제로 떠오른 CAR-T
지금까지 루푸스병의 표준치료(SOC)는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사이클로포스파미드, MMF), 생물학적제제(벨리무맙 등)를 활용한 증상 조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인 면역억제는 감염 위험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했다. 일부 환자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기도 했다.CD19 CAR-T는 본래 CD19 항원을 발현하는 B세포 악성종양(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을 타깃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세포치료제다. 그런데 이 기술을 루푸스에 적용할 경우, 체내의 자가반응성 B세포를 ‘싹’ 제거해 면역계를 ‘리셋’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면역체계가 오작동해 발병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임상에서 충분한 가능성 보여
이 같은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근거는 지난해 국제 권위 학술지 ‘NEJM’에 발표한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중증 루푸스 환자 5명이 CD19 CAR-T를 투여받고 모두 완전 관해(CR)에 도달한 것이다. 치료 후 수개월간 면역억제제 없이도 질병이 재발하지 않았다.세계 첫 CAR-T 치료제를 내놓은 노바티스 등 다국적제약사는 상업용 임상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노바티스는 CD19 CAR-T 후보물질 ‘YTB323’로 루푸스 환자 대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2023년 미국 류머티즘학회(ACR)에서 긍정적인 중간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루푸스신염 환자를 포함한 초기 환자군에서 완전 신장반응(CRR) 등이 관찰됐다. CRR이란, 신장에 나타난 염증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또 다른 CAR-T 치료제 강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또한 임상2상에서 루푸스병 환자 8명에게서 전원 관해를 확인해 지난해 발표했다.
◇희소암·환자맞춤형 치료제로 돌파구
환자 맞춤형 치료제 대신 대량생산을 염두한 ‘기성품’ CAR-T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이전까지 시판된 모든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피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해 만드는 자가세포치료제였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치고나가고 있다. 중국 바이오텍 바이오레이(Bioray)와 카스젠(CARsgen)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동종유래 CD19 CAR-T를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는 CAR-T 치료제 시장은 사용처가 루푸스병 등으로 확대되며 그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CAR?T 치료제 시장은 약 6조2700억원이었다. 모두 혈액암에서 나온 매출이었다.큐로셀은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CD19 CAR-T 치료제 ‘안발셀’의 신약허가를 식약처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는 올 하반기 중 나올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루푸스병 환자는 많게는 3만명에 이른다”며 “연 500명 이하로 나오는 난치성 혈액암 환자수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많기 때문에 향후 시장성 확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