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와 야로 따진다고 한다면 야 측에 해당하는 정치인들이 훨씬 더 많이 계시고요", "조국혁신당은 분명히 야당이고요" (강유정 대변인)
대통령실이 11일 발표된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여당보다 야당 쪽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야권 인사라고 강조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범여권인 조국혁신당까지 '야당 인사'로 분류한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여당을 민주당이라고 본다면, 조국혁신당은 분명히 야당"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가장 측근이라고 하기 어려운 분들이 주로 사면 대상"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복절 특사' 여권 조국·최강욱 등, 야권은 홍문종·정찬민도 포함"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특별사면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메시지를 냈다. 아울러 "조국·최강욱 등 고생 많았다. 축하한다"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조국·최강욱 외에 야권에서 요청한 인사들까지 특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취지였겠지만 문제는 대통령실의 "야권 인사"라는 강조와는 엇박자를 냈다는 점이다.
이번 사면 대상에는 정치인과 주요 공직자가 27명 포함됐다. 이들 중 엄밀히 따지면 진보 진영에 몸담았거나 관련된 범여권 인사는 19명에 달한다.

우선 조 전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연관된 인물만 4명이다.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조 전 대표의 아내 정경심 씨, 조 전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징역 8개월이 확정된 최강욱 전 의원, 조 전 대표의 딸 조민 씨에게 장학금을 건넨 혐의로 벌금 1000만원형이 확정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 등이다.
이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모은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은 윤미향 전 의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 교사 특혜 채용 혐의로 유죄 판결받은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과 한만중 서울시교육청 비서실장,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던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여권 인사들이 사면 대상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보수 진영 인사 중에는 8명이 사면 또는 복권됐다.
정치자금 부정 수수 혐의를 받은 하영제 전 국민의힘 의원과 송도근 전 사천시장,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을 복역한 보수 원로 송광호 전 새누리당 의원도 복권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박근혜 정부 시절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에게 조 전 대표 사면을 요청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조 전 대표의 신간을 추천하는 영상을 게재하며 사면에 힘을 실었다.
야권에서는 뇌물·횡령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 심학봉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특사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송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강 비서실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특사를 요청한 명단에 들어 있었다. 송 원내대표는 '사면 청탁' 논란이 일자 뒤늦게 요청을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진짜' 야권은 조 전 대표, 윤 전 의원이 사면 대상으로 확정되자 일제히 반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을 무시한 조국 사면은 이재명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며 "조국이 나라를 구했나, 사람을 살렸나. 입시 비리의 끝판왕에게 분노하는 국민 앞에서 '국민 통합'이라는 달콤한 말로 속이려는 얕은 술수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를 짓밟는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권력을 쥐었다고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다고 착각하겠지만, 그 업보는 반드시 돌아온다. 국민들의 힘과 분노를 절대 가볍게 보지 말라"고 경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도 입장문을 내고 "이 대통령은 수능 100일을 앞두고 수험생 격려 메시지를 냈는데, 입시 비리 조국을 사면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라며 "독립운동하다가 잡혀 들어가는 것처럼 당당했던 조국의 뻔뻔스러움이 아직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조국 가족이 조직적으로 벌인 입시 비리가 이 대통령의 눈에는 죄도 아니라는 것이냐"고 했다.
장 후보는 "사과도 하지 않은 조국을 사면하는 것은 조국의 죄가 억울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고, 입시비리자를 사면하는 것은 수능을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분통 터트리게 하는 짓"이라며 "윤미향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등쳐먹으면서 사리사욕을 채운 범죄자이다. 그런 윤미향은 아직도 ‘피해자 호소인’ 행세하고 있다. 윤미향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물론 민족의 영혼을 짓밟은 악질 중의 악질 범죄자"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서 "형사법은 왜 존재하는가. 수사는, 기소는, 재판은 왜 하는가. 국민의 절반이 수사·기소·재판에 냉소적으로 되면 나라의 질서는 어떻게 유지하는가"라고 일갈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