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가문의 후손 장 두세가 '채굴하지 않은' 다이아몬드로 미래를 빚는 건 몇년 전부터 명품업계의 주목 대상이었다. 그의 첫 번째 부티크는 2023년 9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할리우드에 오픈했다. 웨스트할리우드는 로스앤젤레스(LA)의 베벌리힐스와 할리우드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고급 주거지가 즐비하고 명품 부티크와 갤러리, 그리고 미슐랭 레스토랑이 모여있는 하이엔드의 중심지다.장 두세가 누군가. 그는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주얼리 명가이자 '왕의 주얼러'라는 칭호를 가진 까르띠에 가문의 직계다. 까르띠에를 세계적 주얼리 메종으로 성장시킨 주역인 루이 까르띠에의 고손자다.
그런 그가 브랜드명 '장 두세'로 자기의 이름을 걸고 띄운 승부수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였다. 장 두세는 광산에서 캐낸 천연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키운 합성 다이아몬드로 파인 주얼리를 선보인다.
장 두세는 파리에서 '쇼메', '부쉐론', '반클리프 아펠' 같은 유서 깊은 럭셔리 주얼러들에게 장인정신과 디자인 감각을 익히며 경력을 쌓았다. 2010년에는 LA로 이주해 정착했다. 이후 셀러브리티를 위한 맞춤 제작 주얼리 디자이너로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대표적인 성과로 2021년 패리스 힐턴의 약혼반지를 꼽을 수 있다.
그러다가 이주 13년 만인 2023년 장 두세 첫 부티크를 오픈했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로 고급 주얼리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게 그의 야심 찬 목표다. 럭셔리의 정의가 변화하는 흐름은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지점이다. 그것도 까르띠에 가문의 직계 후손에 의해.
루이 까르띠에, 까르띠에 메종의 '아티스틱 쏘울'
그의 선조인 루이 까르띠에(1875~1942)는 파리의 작은 보석상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뒤, 1900년대, 초반 형제들과 함께 런던과 뉴욕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왕의 주얼러, 주얼러의 왕'이라는 칭호도 얻었다.루이 까르띠에는 파리 본사 경영에 전념하며 하이 주얼리의 위상을 확립했다. 그의 동생 피에르 까르띠에는 뉴욕 지사를 맡아 1917년 뉴욕 5번가의 대저택을 까르띠에 매장으로 개장해 미국 시장을 개척했다. 막내동생 자크 까르띠에는 런던 지사를 운영하며 영국 왕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형제 중 특히 루이는 선구자적 아트 디렉터였다. 오늘날 메종의 아이콘이 된 팬더(표범) 컬렉션의 초기 구상을 했고, 팬더 모티브를 주얼리에 도입한 이가 바로 루이 까르띠에였다. 한편으론 뛰어난 시계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1917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차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탱크 워치, 1904년, 비행사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의 요청으로 제작한 손목시계 산토스 워치 등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장 두세는 선조 할아버지인 루이 까르띠에를 "까르띠에의 아티스틱 쏘울(Artistic Soul)"이라고 말한다. 그런 까르띠에 성장사 중심에 자리 잡은 보석은 당연히 천연 다이아몬드였다. 하지만 장 두세는 할아버지의 레거시에 안주하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공물로 할아버지들과는 다른 새 역사를 쓰려 한다.
까르띠에 혈통이 만든 하이엔드 랩 그로운 다이아 주얼리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똑같다. 화학적·물리적·광학적 특성이 동일하며, 광채와 경도도 같다. 맨눈으로 봐선 전문가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다른 게 있다면 형성 과정과 가치이다. 지구의 심장부에서 수백만 년이라는 기간 동안 형성되는 희소한 천연산보다 생산이 쉽고, 공급량이 많다.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에 비해 환경 파괴와 탄소 배출에서 자유로와 지속 가능한 윤리적 대안으로도 평가받는다. 지금껏 다이아몬드의 전형으로 자리잡은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이외에 오벌·하트·마퀴즈 컷 등과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까지 대량생산이 가능해 주얼리 디자이너에게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아직도 '진짜 다이아몬드인가’라는 의심의 시선도 받는다. '명품은 반드시 희귀한 천연 보석이어야 한다'는 여전한 고정관념의 반영이다.
이런 마당에 장 두세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에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가격 경쟁력이 있는 파인 주얼리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는 것은 선대의 명성을 송두리째 건 것이나 마찬가지다. 파인 주얼리의 전통 미학을 담은 장 두세의 다이아몬드 주얼리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 제품의 대략 절반 수준이다.
장 두세가 이끄는 새로운 럭셔리 시대
브랜드 장 두세에 투자한 인도의 상장그룹 르네상스 글로벌(Renaissance Global Limited)의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장 두세의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40% 불어난 약 136억원(?85.1크로어)이었다.투자가 집중된 브랜드의 출범 초기인 만큼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성장세로 인해 주얼리 시장 전체가 전례 없는 혼돈기를 맞이하고 있는 건 치명적 위협요인이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도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정체를 맞이한 상태다.
대표적인 예가 다이아몬드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드비어스다. 드비어스는 2018년 '라이트박스'라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전문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익성 문제로 주얼리용 생산 라인을 폐쇄하기로 했다. 대신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 기술을 산업용으로 전환하고, 주얼리는 천연 다이아몬드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판매를 이어갈 만큼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라이트박스 주얼리의 판매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드비어스조차 종잡을 수 없는 복잡한 시장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 두세는 "럭셔리란 타협하지 않는 창조성에서 시작한다"는 신념 아래 전통과 혁신을 아울러온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까르띠에 가문의 전통과 DNA를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더하는 것은 그만의 무기일 것이다.
까르띠에 가문의 후손이 만든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주얼리. 스토리텔링은 만들어졌다. 전통과 혁신의 교차점에 스토리텔링의 중심이 있다. 전통을 상징하는 인물이 그런 길을 택했다는 것 자체가 일단 업계엔 '녹색 신호등' 같은 시그널로 읽힐 것이다.
민은미 칼럼니스트·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