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이 독을 전부 사용했죠. 지금은 절반쯤만 쓰는 것 같아요.”
지난달 28일 기자가 찾은 미국 알래스카 니키스키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현장의 바닷가는 조용했다. 평일인데 오가는 사람과 차량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 쿡인렛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가 고갈되면서 이 지역은 활기를 잃어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니키스키가 미국 에너지 패권을 상징하는 핵심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북부에서 뽑아 올린 가스를 1300㎞ 길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곳까지 운반한 뒤 수출하겠다는 구상에 힘을 실어주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맹국에 알래스카에 투자하고 LNG를 구매하라고 관세를 무기 삼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은 연 600만t 규모 LNG 구입 의향서(LOI)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도 연 200만t 규모 LNG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제 화살은 한국을 향하고 있다. 국내에선 무리한 투자에 끌려들어 가는 게 아니냐는 경계감이 강하다.
하지만 가격이 적절하다면 지정학 리스크가 큰 중동산 LNG 대신 미국산으로 돌리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에너지 패권을 추구할 때 부응하는 게 장기적으로 한국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니키스키·앵커리지·페어뱅크스=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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