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6년간 7~8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구간 완화로 총 1조7065억원의 전기요금을 낮췄다. 4인 가구의 평균 여름철 전력 사용량(403㎾h) 기준으로 완화된 누진제를 적용할 경우 전기요금 납부 금액은 7만3970원으로, 할인 혜택이 1만7870원에 달한다. 450㎾h를 사용할 경우 할인액은 2만2310원으로 커진다.정부가 매년 7~8월에 누진제를 완화하는 것은 여름철 폭증하는 냉방 전기 수요로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여름철 1단계 누진 구간을 전력 사용량 200㎾h 이하에서 300㎾h 이하로 완화해 준다. 2단계(300~450㎾h)와 3단계(450㎾h 초과)도 누진 최고 구간을 각각 50㎾h 늘려준다. 평소보다 전기를 조금 더 써도 다음 단계 요금이 적용되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누진제 완화 제도로 소비자들이 냉방 수요가 많은 여름철 전기를 아낄 유인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7~8월 주택용 전력 사용량이 산업용 및 일반용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구 의원은 “누진제 완화로 인한 요금 할인은 전액 한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한전의 적자가 계속되면 그 비용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누진배율을 완화하는 등 누진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전기를 적게 쓰는 집은 대체로 소득이 낮다고 보고 1단계 요금을 아주 저렴하게 책정했지만, 요즘엔 1인 가구처럼 전기를 적게 써도 소득이 높은 경우가 많아졌다”며 “전기 사용량만으로 소득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워진 만큼 누진제 단가 차이를 조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누진제는 단계 간 요금 차가 두 배 이하지만, 국내 누진제는 1~3단계 요금 차가 세 배에 이른다.
누진제는 전기요금 체계와 기능에 맞게 손질하고 에너지 취약계층은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면서 한전의 재무 개선을 지원하는 효과도 낼 수 있어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