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스토랑 경험, 우주로 확장하다.
“우주에서 식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즐거움은 우리가 매일 느끼고 싶은 감정 중 하나다. 삶의 과정에서 새로움에 재미를 느끼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면 즐거움이 느껴진다. 누구나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요즘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여행객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맛집 탐방에 나서는 미식가들의 활동 또한 주변에서 쉽게 보인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여행과 미식 경험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류가 추구하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우주여행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대중화까지는 멀었지만, 일반인들도 대기권 밖으로 비행하는 우주여행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그런데 대기권 너머 우주정거장에서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우주여행객들도 점심과 저녁으로 코스 요리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된 이곳, 바로 미국 플로리다 월트 디즈니 월드 엡콧(EPCOT) 테마파크의 시그니처 테마 레스토랑 'SPACE 220 레스토랑’이다.
엡콧은 미래 세상을 먼저 경험해 볼 수 있는 독립된 몰입형 도시를 계획했던 월트 디즈니의 마지막 꿈이었다. 엡콧은 그가 꿈꿨던 도시 형태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미래 세상의 청사진을 경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 형태로 변주됐다. 오늘날 엡콧은 어트랙션을 즐기러 가는 것보다 몰입형 다이닝 경험을 즐기러 가는 사람이 더 많아질 정도로 다채로운 미식 경험의 즐거움이 있는 테마파크로 진화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파인 다이닝을 즐긴다는 것은 아이디어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가 꿈꿀 수 있는 가장 진화된 즐거움일 것이다. 몰입형 테마 레스토랑이라는 이색적인 경험 덕분인지 SPACE 220 레스토랑은 2021년 오픈 이후로 인기 테마파크 어트랙션보다 더 경험해 보고 싶은 엡콧 방문의 이유로 자리매김했다. 예약도 하늘의 별 따기다.

우주여행은 지구에 있는 레스토랑 리셉션에서 스텔라베이터(Stellarvator)라고 불리는 우주 엘리베이터 탑승권 발권부터 시작된다. 예약 테이블당 탑승권이 배부되는 방식이다. 원통 모양 우주선처럼 생긴 스텔라베이터는 바닥과 천장에 나 있는 창문을 통해서 지구 표면과 우주 공간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이닝 공간이 있는 우주정거장까지 수직으로 355㎞를 상승하게 된다. 마일로 환산하면 220마일 거리다. SPACE 220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배경이다.
스텔라베이터는 서울·부산 직선거리보다 조금 더 먼 거리에 떠 있는 센타우리 우주정거장(Centauri Space Station)까지 연결된 케이블을 따라 단 1분 만에 올라가는 것으로 설정됐다. 출발 40초 이후가 되면 대기권 너머 무중력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중력 발전기의 작동으로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다는 설정으로 스토리에 탄탄함을 더했다. 디즈니 테마파크를 디자인하는 이매지니어(Imagineer)들이 NASA로부터 직접 컨설팅을 받고 이 우주 엘리베이터를 기획했다고 한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창문 밖 화면의 디테일은 더욱 놀랍다.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낮과 밤의 풍경뿐만 아니라 현재의 날씨까지 반영한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사실감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센타우리 우주정거장이 다이닝 공간이 있는 '메인쇼'라고 한다면 스텔라베이터는 우주여행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프리쇼',전이공간 역할을 한다. 퇴장할 때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거쳐 가는 '포스트쇼' 역할도 한다.

센타우리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후 메인 다이닝 공간으로 가는 길목에 또 다른 쇼 공간이 존재한다. 레스토랑에 공급하는 식자재를 우주에서 직접 생산하는 그로우존(Grow Zone)이다. 지구의 중력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한 장치로 대형 원통이 회전하고 있고, 원통의 벽면을 따라 채소가 재배되고 있다는 설정이다.
메인 다이닝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지구가 파노라마 창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초현실적인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몰입형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구의 낮과 밤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가 하면 달도 하루에 한 번 뜨고 지는, 사실감 넘치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구현했다.
하드웨어만 놀라운 게 아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캐스트 멤버(Cast Member), 센타우리 우주정거장 연기자들이 서빙할 때에도 몰입형 경험은 이어진다.

워낙 인기가 많은 레스토랑이다 보니 바쁜 서버들이 가끔 실수할 때가 있다. 물컵을 테이블에 놓으면서 물이 넘쳐흐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당황스러운 순간을 어찌 대처하려나 궁금했다. 가끔 중력 발전기 환경에서 중력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태연한 연기로 위기 상황을 유머로 넘기는 재치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우주 공간에서 유유히 돌아다니는 우주인이나 우주와 관련된 디즈니 캐릭터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서빙 중에 이런 스토리텔링을 곁들여서 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서버들의 임무 중 하나다. 스타워즈 광선검을 들고 대결하는 2명의 우주인 모습이 익살스러워서 "언제 또 나오냐"고 물어봤더니 "손님들은 체류 시간당 한 번 지나치면 끝"이라고 한다.

이 레스토랑은 점심에는 2코스, 저녁에는 3코스 프리픽스 메뉴를 서빙한다. 1년에 2번 메뉴가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모던 아메리칸 퀴진을 다룬다. 파티나 레스토랑 그룹(Patina Restaurant Group)이 위탁 운영하며 디즈니와는 서비스 퀄리티 컨트롤 협업 관계다. 업계 전문 그룹들의 만남이다 보니 메뉴 네이밍 또한 예사롭지 않다. 애피타이저는 'Lift-Offs', 메인은 'Star Course', 디저트는 'Super Nova Deserts'로 구분했다. 세부 메뉴명도 흥미롭다.

'땅콩 캐러멜 혜성(Peanut Carmel Comet)'이라는 디저트는 땅콩과 캐러멜을 활용해 혜성의 다이내믹한 모습을 연출한 플레이팅이 재밌다. 플레이트 디자인은 다소 투박한 모습이긴 하지만, 다양한 행성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구성하여 미식 경험에 탄탄한 테마를 더했다. 메뉴를 바꿀 때 또 어떤 크리에이티브 한 플레이팅이 등장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SPACE 220 레스토랑의 등장은 테마 미식 경험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월트 디즈니가 꿈꿨던 우주여행의 일상화와 파인 다이닝의 조합은 인류가 추구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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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도 파크앤비욘드 크리에이티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