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광고예요? 재밌네요. 집중해서 봤어요.”
“광고도 멋있게 하는구만?”
삼성증권이 최근 공개한 광고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종말을 앞둔 세계, 위기 속에 등장한 '단 하나의 해답'으로 자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mPOP을 소개하는 이 영상은 재난 영화 예고편을 연상케 하는 연출과 카메라 무빙, 음향 효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6월 삼성증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해당 영상은 큰 반응을 이끌며 3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영상 제작의 전 과정이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광고 제작에 AI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디자인 보조나 카피라이트 문구 초안 수준을 넘어, 이미지·영상·내레이션까지 모두 생성형 AI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기술 기반 혁신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광고 영상이 높은 조회수와 긍정적 댓글 반응을 얻으며 AI 기반 마케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증권의 광고 '씬의 한 수 – 작전명 mPOP'은 기존 광고 문법을 과감히 탈피한 사례로 꼽힌다. 생성형 AI 영상 기술을 활용해 실제 촬영 없이도 극적인 카메라 무빙과 몰입감 있는 장면 구성을 구현했으며, 배경과 등장 요소, 효과음, 음악까지 모두 AI 기반으로 제작됐다. 영상은 "세상을 덮친 위기 속, 해답은 mPOP뿐"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삼성증권은 디지털에 강한 회사다. 리서치 기반 콘텐츠를 다채로운 형식으로 풀어내며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집중해 왔고, 그 결과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평가에서 2022년 하반기 조사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6회 연속 디지털 이노베이션상의 주인공이 됐다.
독보적인 콘텐츠 전략으로 8월 현재 구독자 239만명을 보유한 삼성증권 공식 유튜브 채널은 리서치 인사이트를 드라마, 예능, 인터뷰, 숏폼 등 다양한 포맷으로 재해석하며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캠페인 역시 삼성증권이 그간 유튜브 콘텐츠에서 이어온 AI 활용 전략의 연장선이다. 트로트 장르를 차용해 화제가 된 뮤직비디오 '우상향 인생'은 AI 작곡 툴을 활용해 음원과 가수 음성을 구현해냈으며, 서학개미를 위한 해외주식 콘텐츠 시리즈도 AI로 제작해 100만 뷰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AI를 활용한 광고 캠페인 제작은 다른 금융사들에서도 활발하다. 우리카드는 '카드의정석2' 캠페인에 생성형 AI 기능을 전면 도입했다. 카드의 할인 혜택과 파격적인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광고 역시 키치하고 과감한 연출을 시도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맹수와 놀라는 아기의 표정 등 실제 촬영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AI로 제작했고, 음악과 효과음 역시 자체 제작 AI를 활용해 구현했다. 해당 광고는 유튜브와 SNS, 도심 대형 전광판 등을 통해 공개되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우리금융그룹은 브랜드 캠페인 '언제나.우리를맨앞에'에서 생성형 AI를 스토리텔링에 접목했다. 브랜드 앰버서더인 아이유가 신문 속 인물로 등장하는 장면은 AI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감각적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것을 넘어, 브랜드의 전통성과 미래 비전을 동시에 보여주는 정서적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KB국민은행은 자사 앱 KB스타뱅킹을 소개하는 유튜브 광고에서 생성형 AI와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16종의 금융 서비스를 각각 시각화한 세로형 광고 영상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퇴직연금 상품 관련 신문 광고에도 AI 생성 이미지를 도입했다. 연령, 성별, 감정, 자세 등의 키워드만 입력해 인물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제한된 예산과 저작권 제약을 극복하고 광고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금융사들이 AI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광고 제작 방식은 모델 섭외, 촬영, 편집, 보완 작업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였다. 반면 생성형 AI는 간단한 키워드 입력만으로도 수십 가지 콘텐츠 버전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고, 고객 반응을 바탕으로 수정도 가능하다.
또한, AI 기술을 광고에 적용함으로써 금융사가 가진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디지털 혁신 기업'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많은 광고에서 AI 활용 자체가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AI가 광고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브랜드 메시지를 창의적으로 전달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금융사들이 AI 기술과 마케팅의 결합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