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06일 14: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기한 태광산업 교환사채(EB) 발행금지 가처분 사건의 결과가 이달 안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가 트러스톤의 1·2차 가처분을 병합 심리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개정 상법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태광산업 이사회의 EB 발행 결의가 주주 충실의무에 위배되는지, 태광산업이 자사주 기반 EB로 자금을 조달할 경영상 필요가 있었는지 등이 재판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르면 이달 말쯤 트러스톤의 1·2차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트러스톤의 1·2차 가처분은 동일한 EB 발행을 놓고 신청 취지만 일부 차이가 있어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새롭게 떠오른 변수는 1차 가처분 심리 도중 개정된 상법이다. 기존 '회사'로 국한돼 있었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한 개정 상법은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트러스톤운용은 2차 가처분 신청서에서 태광산업의 EB 발행이 "경영상 필요 없이 자사주를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특정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이라며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및 전체주주에 대한 공평대우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 이후 이사 충실의무에 대한 법원 판단을 구하는 첫 번째 사례다.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 이사회가 자금 조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 없이 발행주식총수의 24.4%나 되는 자사주를 순자산가치의 25% 수준에 '헐값 처분'하는 것은 배임적 업무집행이라는 입장이다. 또 경영권에 영향을 줄 정도의 막대한 자사주를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제3자에 처분한다면 지배주주의 이익을 일반주주 이익보다 앞세우는 것이 되므로 '전체주주 공평대우의무'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주주 충실의무 외 또 다른 쟁점은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EB 발행을 통해 처분할 정도로 경영상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다. 트러스톤운용은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사모 EB 발행은 신주가 발행되는 사모 전환사채(CB)와 실질적으로 똑같다고 주장한다. 자사주 처분은 의결권있는 주식 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주주들에 미치는 영향이 CB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상법상 CB의 주주 외 제3자 발행은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되는데, 이같은 규정이 태광산업의 EB에도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현금성 자산이 1조원에 달하고 최근 1년간 이사회에서 신사업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경영상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태광산업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경영상 목적에 따라 EB 발행은 불가피하다"며 "CB발행과 관련된 법 규정을 EB에 대입하는 유추적용은 법률에 흠결이 있을 때만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