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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지나 빚 갚으면 '이익 포기'? 대법원이 법리 뒤집은 이유 [조광희의 판례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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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지나 빚 갚으면 '이익 포기'? 대법원이 법리 뒤집은 이유 [조광희의 판례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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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이 법언은 소멸시효 제도의 근본 이념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행사하지 않는 사람은 법적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법은 제162조 이하에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을 둔다. 제162조 제1항에 따라 일반적인 민사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즉, 10년간 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채권자가 채권을 행사하지 않고 10년이 지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채무자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시효완성의 이익'을 얻게 된다. 물론 채무자는 시효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이행할 수도 있다.


    그런데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도 채무자가 채무를 일부 변제했다면, 무조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일까? 이에 대해 종래 대법원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고수해왔다(대법원 1967. 2. 7. 선고 66다2173 판결 등).
    이익 포기 추정 시 채무자 부담 올라
    추정이란 일단 '그러한 사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법률상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소송기술상 강력한 효과가 부여된다. 채권자로서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이후에 일부 변제를 한 사실만 입증하면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했다고 자연스레 인정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채무자가 되레 '시효완성을 알고서도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입증해야 한다. 이미 추정된 사실은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있어야 번복될 수 있다. 또 시효가 완성된 사실을 몰랐다거나, 시효이익의 포기 여부는 내심의 의사다. 이 때문에 명백한 증거를 통해 현출하는 것은 굉장히 까다롭고, 채무자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시효의 완성 여부는 소멸시효 기간, 소멸시효 기산점, 소멸시효 중단 또는 정지 사유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따라서 법률에 익숙하지 않은 채무자로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채무를 이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기존 법리에 따를 경우 이러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가 추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오랜 추정 법리, 대법원이 뒤집은 이유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정립했고, 이와 배치되는 기존의 판례들을 모두 폐기했다(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의 논리는 이렇다.


    1. 추정 법리에 대한 비판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만으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추정하는 법리는 경험칙에 근거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복잡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외국에서도 이러한 추정 법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2.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의 구별
    채무승인은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고, 시효이익 포기는 시효완성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단순한 채무승인만으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추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부당하다.


    3. 타 대법원 판례와 충돌
    대법원은 권리 포기와 같이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오는 의사표시에 대해 엄격하고 신중한 해석을 요구한다. 예컨대 채권의 포기,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 동시이행항변권의 포기 등 다양한 사례에서 묵시적 의사표시도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야 인정된다고 판시한다. 추정 법리는 이 같은 판례 일반 원칙과 달리 채무승인만으로 포기의사를 추정해 해석 기준을 과도하게 완화한다.

    4. 소멸시효 제도의 목적과 추정 법리의 문제점
    소멸시효 제도는 채무자의 법적 안정성과 이익 보호를 위한 것이며,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는 신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추정 법리는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실무상 악용될 우려가 있어 정책적으로도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추정 법리만 폐기, 시효이익 포기 부정은 아냐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앞으로는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에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더라도 일률적으로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지 않는다. 주의할 점은 위 판결의 취지가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판결은 추정의 법리만을 폐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채권자가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될 뿐이다. 채권자가 충분히 입증을 하면, 채무자의 시효이익 포기는 여전히 인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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