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04일 11: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지회사 깨끗한나라가 12년만에 1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외부자금 조달에 나섰다. 지난달 추진했던 공모 회사채 발행이 시장 수요 부족으로 좌절된데 다른 것이다. 대주주도 사재를 털어 자금 대여에 나서는 등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지난달 21일 연 2% 금리로 1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가액은 2220원으로 최근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세와 비슷하다. 전환시 발행되는 주식 수는 540만5405주로 전체 주식 수의 14.37%에 해당한다.전환 청구는 2026년 7월 29일부터 2030년 6월 29일까지 할 수 있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도 포함됐다. 이번 조달한 자금은 펄프와 종이자원 매입 등 원자재 매입에 사용될 예정이다.
전환사채에 투자한 곳은 시너지아이비(65억원)와 하나은행(40억원), 신한투자증권(15억원) 등이다. 전환사채는 이자를 받으며 일반 채권처럼 운용하다가 주가가 전환가를 초과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통상 회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이 어려운 기업이 전환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앞서 깨끗한나라는 올 2월에도 연 4.6% 금리로 사모 영구채 300억원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사모채는 공모채와 달리 투자자 수요예측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미매각에 따른 평판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12월 LG화학 출신의 이동열 대표가 새로 선임된 이후 자금조달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 대표는 2022년 깨끗한나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되며 합류했다.
대주주도 사재 출연
깨끗한나라의 재무 건전성은 2022년 이후 악화되고 있다. 깨끗한나라의 사업 부분은 제지와 생활용품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제지 부문이 2022년 4분기 이후 계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2023년 매출 5149억원, 영업손실 189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매출 5370억원, 영업손실 9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308억원, 영업손실 39억원으로 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
차입금 부담 역시 늘고 있다. 2021년말 2343억원이던 총차입금 규모는 지난 3월 기준 332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2월 깨끗한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으로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등급 자체를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같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회사 오너들도 분주한 모습이다. 회사 지분 4.9% 가량을 보유한 구미정씨는 올 1분기 깨끗한나라에 100억원의 자금을 대여한 것으로 공시됐다. 연 이자율은 4.6%다. 구씨는 최병민 깨끗한나라의 아내이며,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최현수 깨끗한나라 사장의 모친이다.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딸이기도 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는 고모다. 구씨의 친오빠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깨끗한나라가 어려움에 처했던 2009년과 2018년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도운 바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