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가 ‘벌떼입찰’이라며 공공택지 복수청약에 나선 건설사를 무더기로 고발했지만, 최근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도 입찰 당시 관행을 정부가 묵인했으면서 이제 와 처벌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업계에선 건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중견 건설사에 대한 과도한 제재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복수청약에 따른 업무 방해와 주택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해온 검찰은 호반건설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호반건설은 과거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와 함께 청약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아왔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땅끝까지 쫓아가겠다”며 복수청약 의심 건설사를 수사 의뢰했다. 국토부는 계열사를 동원해 택지 청약에 참여한 것은 LH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복수청약 관행이 오래전부터 반복된 데다 국토부와 LH도 관행을 알면서 별도 심사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점을 무혐의 사유로 꼽았다. 오히려 과거 건설 경기 침체 때 택지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건설사의 복수청약 관행을 묵인해왔다고 판단했다. 청약 공고 때도 LH는 복수청약을 금지하는 규정이나 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고등법원도 호반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공정위의 복수청약과 관련한 제재가 부당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의 과징금은 기존 608억원에서 243억원으로 60% 줄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법과 제도 내에서 이뤄진 정당한 사업 활동으로 업계 전반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진 방식”이라며 “(복수청약은) 당시 건설 경기 침체 속에 주택 공급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복수청약으로 수사받아온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대방건설 등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복수청약 관행에 대해선 수사기관도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당시 공정위의 처분이 과도한 제재라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했다.
업계에선 “과도한 제재와 건설 경기 침체로 공공택지 시장이 위축됐다”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1사 1필지 제도가 내년부터 없어지는 마당에 관행을 따른 업체를 뒤늦게 처벌하면 앞으로 공공택지를 분양받을 건설사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