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아파치 공격헬기가 위협 비행을 하며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종사들이 상부 지시에 따라 대북 타격을 시사하는 '위장 통신'까지 사용했다는 군 내부 증언이 추가로 제기됐다.
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육군 관계자 제보에 따르면, 해당 아파치 헬기 조종사들은 지난해 9∼11월 실탄과 헬파이어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채 NLL을 따라 기동하면서 '북한 특정 지역을 타격하겠다'는 취지의 거짓 무전을 여러 차례 발신했다고 한다.
이러한 위장 통신은 상부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 군이 무장 아파치를 북한에 노출되기 쉬운 NLL을 따라 비행시키면서 도발을 유도하려 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최근 특검팀이 확보한 육군항공사령부 예하 항공여단 소속 관계자의 녹취록 진술과도 일치한다.
녹취록에는 "작전 취지가 정찰보다는 북한이 우리를 보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거나 "통신 내용 비화 처리도 없이 작전이 대낮에 진행됐다"는 발언이 포함돼 있다.
통상 군 작전 관련 정보는 보안을 위해 텔레그램 등 비공개 채널로만 공유되고, 항로 등 작전 계획 역시 서면으로 전파 후 파쇄하는 것이 원칙인데, 당시에는 무전 내용을 숨기려는 시도가 없었던 점이 의심스럽다는 취지다.
특검팀은 이 같은 녹취록과 제보를 토대로 아파치 헬기의 NLL 위협 비행이 실제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수사하고 있으며, 당시 조종사들 간 무전 통신 내역을 육군항공사령부로부터 확보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백령도 비행 시 안전을 위해 북한과 거리를 두고 'ㄴ'자 경로를 택하지만, 지난해에는 북한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고 NLL을 따라 비행하라는 이례적 지시가 반복적으로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NLL 기동 작전은 합동참모본부 명령에 따라 지난해 5∼6월부터 한 달에 1∼2회씩 집중적으로 수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NLL 작전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간의 연관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 유도', '오물풍선' 등 문구가 적혀 있어, 그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북풍 공작'을 모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북한 도발을 목적으로 지난해 10∼11월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드론사가 지난해 5∼6월 무인기 작전 계획 단계에서 합참을 건너뛰고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과 직접 보고를 주고받았는지 무인기 투입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허위 보고서 작성 등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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