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 한 송이, 기차역의 확성기 소리, 바다 냄새, 커피잔의 코발트블루….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감각’이라고 부르지만, 그 이면에는 원자와 분자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움직임이 있다.국내에 번역 출간된 <일상의 모든 순간이 화학으로 빛난다면>은 스페인에서 예술에 응용할 수 있는 재료 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화학자 겸 과학 커뮤니케이터 데보라 가르시아 베요가 이런 감각의 층위를 25편의 에세이로 섬세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이 책은 이브 클랭의 벨벳 같은 푸른 안료에서 시작해 제프 쿤스의 금속 조각, 마지막으로 붉은 벨벳까지 여정이 이어진다. 저자에게 작품의 재료란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재료는 시대의 감각이며, 감정의 껍질이며, 한 사람의 선택과 세계관이 담긴 언어다. 저자는 단순한 감각을 넘어, 그 안에 있는 과학의 세계로 독자를 데려간다. 과학이 감각의 세계를 어떻게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증명해 나간다.
명화는 물론 립스틱, 흑백사진, 커피잔같이 사소하고 익숙한 사물들까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물질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